[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21일(현지시간) 브뤼셀에 모여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동결자산 수익금은 연간 4조원대로 추산된다.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27개국 정상들은 우크라이나가 탄약 부족으로 전선에서 고전하고 있고, 미국 의회에서 600억 달러 군사지원 패키지가 발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 자산 수익 전용 필요성을 공감하고 유럽집행위원회(EC)가 제안한 러시아 동결자산 수익 전용 계획을 빠르게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샤를 미셸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아주 신속하게 계획을 실행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빠르면 7월 1일까지 수익금 10억 유로(약 1조 4500억 원)를 먼저 인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C는 앞서 동결 자산 수익의 90%를 EU의 우크라이나 지원 기금인 유럽평화기금(EPF)에 이전해 무기 대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10%는 우크라이나 복구·재건 비용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EC는 러시아 중앙은행 유가증권과 현금을 포함한 동결자산의 수익금이 이자 등을 합쳐 연간 25억 유로(3조 6211억원)에서 30억 유로(4조 3453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러시아 자산 수익금의 우크라이나 지원 구상은 EU 정부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 중 독일과 프랑스가 이 계획을 강력 지지했다. 올라프 슐츠 독일 총리는 "수익금은 먼저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해 필요한 무기와 탄약 구매에 쓰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들은 유럽 방위 역량 강화와 방위 산업 진흥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정상들은 공동선언을 통해 기금 동원을 위한 모든 방안을 찾아 6월까지 집행위가 보고하도록 했다. 이외에 유럽투자은행이 방위 산업 대출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변경하도록 요구했다.

동결 러시아 자산 수익금의 무기 구매는 군사적 중립 국가인 말타, 오스트리아, 아일랜드가 반대하고 있다.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수익금 전용을 승인하더라도 무기와 탄약 구매에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셸 의장은 중립국의 우려를 반영한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부 서방 은행들은 EU 계획이 중대한 소송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계획 추진에 반대하는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업계 소식통들이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올라프 슐츠 독일 총리 등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kongsik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