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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정착스토리]⑪ "저만의 색깔로 당당하게 삽니다"...윤미소 미소컬러뷰티 대표

기사등록 : 2024-03-2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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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북한 벗어나 화려한 컬러 세상으로
"탈북민이라 밝히자 강의 끊어 속상했죠"
늦깎이 대학공부로 컬러 이미지 전문가로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제 컬러는 보라색입니다. 신비롭고 특별함을 갖고 있는데다 독창적이기도 하죠. 당당한 여성을 상징하는 컬러라고 생각합니다."

윤미소 미소컬러뷰티 대표는 색(色) 전문가이다. 개인이나 기업의 이미지에 맞는 컬러를 잡아 스타일링이나 업체의 인지도를 높여주는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이다.

[서울=뉴스핌] 탈북민 출신으로 컬러 이미지 컨설팅 전문가로 변신한 윤미소 미소컬러뷰티 대표. [사진=남북하나재단]

화려한 컬러를 다루는 전문 직업인이자 경영자로 자리한 그가 탈북민 출신이란 걸 알면 많은 고객들이 놀라곤 한다.

잿빛으로 기억하는 고향의 단조롭고 우울한 색과 전혀 다른 새로운 삶과 세계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고 성실하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색이란 당당함이고, 자신감이며 아름다움이다.

김포에 소재한 회사에서 만난 윤 대표는 '이미지 경쟁 시대에 맞는 고품격 컨설턴트'라는 타이틀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북한에선 한국드라마 보는게 유일한 행복

지난 2013년 23살이던 윤미소 씨는 홀로 한국에 입국했다. 15살에 뜻하지 않게 어머니를 잃은 그는 큰이모 집에서 살았다. 친척들은 생계에 바빴고 가난한 살림에 얹혀사는 소녀에게 대학은 언감생심이었다. 학교를 졸업하면 군대나 돌격대로 가야 했다.

한창 유행되던 한국 드라마를 몰래 보며 꿈을 꾸는 것이 그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행복이었다.

'천국의 계단', '가을동화', '유리구두' 등 한국 드라마를 보며 패션의 자유로움에 놀랐고 부러웠다.

옷차림도 엄격히 통제하는 북한과는 다른 세상이었다. '언제면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을 수 있을까?' 하는 공상이 어느 사이엔가 한국에 가야겠다는 결심으로 굳어졌다.

'한국에 가자, 한국에 가서 대학을 다닐거야.' 하늘의 별 같이 먼 소망이었다.

멀고 두려웠던 길, 몇 년이 걸린 긴 여정 끝에 한국에 발을 들여놓은 윤 대표는 뷰티스타일리스트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누군가의 아름다움을 꾸며주고 만들어내는 사람이 될 거야. 스스로 아름다움을 창조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거야, 내 이름의 회사를 만들거야.'

탈북민 정착지원 시설인 하나원 시절 그가 가졌던 꿈이다.

꿈을 쫓아 중국에서 드라마를 보며 생존언어를 익혔던 그는 한국에 도착하자 먼저 중국어 자격시험에 도전했다.

HSK 5급 자격을 따고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에서 화장품 판매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판매를 잘하기 위해서는 판매 수완과 함께 화장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필수적이다.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해 안타까운 시간도 있었으나 한편 공항에서 일한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그가 일하던 매장 옆은 유명 브랜드 판매장이었다.

[서울=뉴스핌] 윤미소 미소컬러뷰티 대표. [사진=남북하나재단] 2024.03.22

메이크업 도구를 가진 직원들이 직접 화장을 해주고 기능을 설명하며 판매하는 것을 보고 부러웠던 그는 그들이 모두 대학을 졸업한 사원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었다.

2015년 윤 대표는 경인여대 피부미용과에 입학하였다. 뷰티, 메이크업, 컬러, 패션 등을 종합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5~6살 어린 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그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영어였다.

강의 시간 늘 네이버 검색창을 열어놓고 모르는 말을 검색해 가면서 강의를 들었고 어린 친구들에게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북한 출신이라 남보다 못하다는 소리 듣기 싫었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 내내 윤 대표는 북한에서 왔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북한 사람이어서 남보다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라고 한다.

2017년 대학을 졸업한 윤 대표는 강사 양성과정 1년을 마치고 전문강사의 길에 들어서 '블레스미(주)'에 입사하였다.

블레스미는 기업과 개인의 외적, 내적 이미지의 조화로움과 아름다움을 위한 이미지 컨설팅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신체의 컬러 요소를 기준으로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퍼스널컬러를 찾도록 도와준다.

블레스미에서 강사로 일을 시작한 지 6년, 학교를 갓 졸업하고 입사했던 윤 대표는 현재 기업이나 개인을 대상으로 이미지 컨설팅, 뷰티 메이크업을 진행하며 또한 자신만의 브랜드를 개발하고 있다.

이 시간은 대중 앞에 나서기만 해도 떨리던 초보 강사에서 어떤 환경과 고객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사로, 뷰티전문가로 성장한 나날이다.

경쟁력은 그저 얻어지지 않는다. 비용에 상관없이 끊임없이 새로운 심화 과정에 도전하며 노력한 결과다.

초창기에는 초보 강사에게 강의를 맡기려는 기업도 흔치 않았다.

아직 초보인 자신을 불러준 것이 감사해 힘든 곳도 마다하지 않았다.

박람회 진로 체험장에서 칠팔십 명의 컬러 진단을 하고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쓰러졌다. 그래도 다음날이면 벌떡 일어났다.

감추려 해도 때때로 튀어나오는 사투리와 부족한 경험은 그를 주눅들게 했다. "미소 선생이 북한 사람이었냐?"고 물은 후 강의를 끊은 기업도 있었다.

당시 윤 대표는 너무 힘들었다. '편견에 의해 직업을 잃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무너졌다.

모든 것을 접고 호주로 갔다. 호주에서 이틀 만에 한인 피부 미용샵에 취직했다.

[서울=뉴스핌] 남북하나재단이 지난 6~21일 전북 전주 원색명화마을에서 진행한 영농정착성공패키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탈북민들이 소형 포클레인 조작법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남북하나재단] 2024.03.21

자유로운 환경에서 '북한 사람'이라는 틀을 벗고 일하며 자신이 한국에 온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북한에서 꿈꾸었던 미래, 그것이 바로 한국에서의 삶이었다. 나약한 자신을 돌아보고 1년 만에 다시 돌아 왔다.

폴리텍대에서 메이크업을 가르치던 어느 날이었다. 한창 이야기를 주고받던 학생들이 누군가를 가리키며 북한 여자처럼 촌스럽다고 말하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이젠 당당하게 '북에서 왔다' 말해

무심결에 스친 그 이야기를 들으며 윤 대표는 생각했다. 북한 여자는 왜 촌스러울까? 북한에서 온 여자가 더 스타일리시한 여성이라는 것을 보여주자.

그는 지금은 어디서도 북한에서 왔다고 떳떳이 말한다.

북한에서 와도 세련되고 멋있는 여자,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한다. 

지난해 그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개발하며 'MISO Color Beauty' 를 개업했다.

1대 1이미지 컨설팅과 단체 컨설팅, 그리고 기업강의로 그의 시간은 빈틈없이 채워졌다.

바쁜 일정 속에서 윤 대표가 추구하는 색은 핑크다.

강렬한 레드에 포용적인 하얀색을 더하면 따뜻하고 아름다운 핑크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북한에서 와 이미지 컨설팅을 모르는 이들을 위한 컨설턴트 양성과정과 컨설팅을 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 것이 오늘의 목표이다.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윤 대표에게 멋짐이란 무엇인지 물었다.

"내가 나이고 누구와 비교하지 않는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것이 멋짐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직업과 상황, 분위기에 맞는 나를 만드는 것, 개인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자신을 통합적으로 가꾸는 것, 그런 게 멋진 여성이 아닐까요."

멋지고 아름다운 여성 윤 대표의 도전은 오늘도 계속 된다.

<뉴스핌-남북하나재단 공동기획>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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