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한미약품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전초전인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이 모녀 측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가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의 통합을 위한 신주 발행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가운데 주주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OCI홀딩스 통합 관련 한미사이언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03.25 choipix16@newspim.com |
◆ 법원 "신약개발 등에 투입할 운영자금 필요성 인정"
수원지방법원은 제31민사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임종윤·종훈 사장 측이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한미약품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를 상대로 두 그룹의 통합을 위해 24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방식의 신주발행 계약을 체결한 것에 반대하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를 계기로 한미약품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다.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3자 배정 유상증자가 이뤄진 점을 문제 삼고, 모녀 측이 경영권 확보와 상속세 마련을 위해 OCI와의 통합을 추진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모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OCI홀딩스와의 주식거래계약 이전의 한미사이언스 자금수요와 신약개발, 특허 등에 필요한 투자 상황을 볼 때 운영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재무구조 개선 및 장기적 R&D 투자기반 구축을 위한 전략적 자본제휴의 필요성이 존재했다고 볼 수 있고 그러한 사유 없이 신주발행에 이른 것이란 소명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송영숙 회장 등의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이 거래계약을 체결한 동기로 보이긴 하지만, 송 회장의 보유주식이 매각될 경우 주가와 회사 안정적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 사건 패키지딜이 오로지 송 회장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이고 다른 주주에게 불이익의 원인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의 거래 형태가 이사의 충실의무에 부합하는 결정인지는 향후 주총에서 이사진 선임 등의 과정을 통해 주주들의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과 지배권 강화 목적 여부에 대해서는 "송 회장 등의 경영권 또는 지배권 강화 목적이 의심되기는 한다"면서도 "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투자회사를 물색한 과정을 볼 때 이사회의 경영판단은 존중돼야 할 것으로 보이며, 경영권 방어의 부수적 목적이 있더라도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심문 과정에서 송 회장이 두 그룹의 통합을 결의하는 이사회에 참여한 것이 '특별이해관계인'으로서 위법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특별이해관계에 있는 이사의 의결권을 제외하더라도 과반이 되는 경우 이사회 결의는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례 등에 비추어 볼 때 송 회장이 참석한 것만으로 결의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히 "이 사건 주식거래계약의 취지나 보호예수 설정 등을 볼 때 신주 유통을 통한 거래안전 침해 우려도 높지 않다"고 봤다. 이어 "신주발행 등에 관한 이사회 경영판단의 합리성과 적정성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평가를 받을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 판결 결과, 28일 주주총회 표심 좌우할까
경영권 분쟁의 최종 분수령은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가 될 전망이다. 임종윤·종훈 사장 측이 본인들을 한미사이언스 이사로 선임해달라며 주주제안을 해 모녀 측인 한미사이언스가 제안한 이사회 후보들과 표대결을 앞두고 있다.
최근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소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종윤·종훈 사장 측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혀, 지분 7.38%를 소유한 국민연금과 나머지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판부가 사실상 한미와 OCI의 통합 필요성과 정당성을 인정한 만큼, 판결 결과가 주주들의 표심을 좌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사이언스는 재판부 결정에 대해 "R&D 명가, 신약개발 명가라는 한미그룹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글로벌 빅 파마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OCI그룹과의 통합 외에는 현실적 대안이 없는 절박한 상황에 대해 재판부가 깊이 고심하고 공감해서 나온 결정이라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도 한미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글로벌 빅 파마로 도약하겠다는 회사의 의지와 진심에 대한 주주님들의 성원과 지지를 받아 흔들림 없이 통합을 추진하고, 높은 주주가치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재판부 판결에 대해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본안소송을 통해서도 판결의 부당성에 관해 다투겠다는 계획이다.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법원은 송영숙, 임주현이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과 이 사건 신주발행을 연계해 거래한 것이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의무를 적정히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선임 과정을 통해 주주들의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며 "위 가처분 결정의 당부와 별개로 법원도 인정했듯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이 사건 신주발행 등에 관한 이사회의 경영판단의 합리성과 적정성에 대해서 주주 여러분들에 의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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