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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전공의 빠진 대화만…2020년 상황 재현되나

기사등록 : 2024-03-2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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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 집단 사직 이틀째
한 총리, 의료계와 만나 대화
'이해당사자' 전공의는 빠져
2020년에도 전공의 소외 문제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정부와 의과대학 교수 간의 협상이 불발되면서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당사자인 전공의 목소리는 정작 나오지 않고 있다.

'강대강' 대치를 풀려면 당사자인 전공의가 직접 정부와 대화에 나서야 하지만, 의대 교수들도 전공의와 개별적으로 연락을 하는 수준에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의과대학에서 열린 의료 개혁 관련 현안 논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부가 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 당초 26일에 내리기로 했던 면허정지 처분을 보류한 가운데 의료계는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조정 가능성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 한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공동취재] 2024.03.26 yym58@newspim.com

◆ 의대 교수 집단 사직 속 정부-의료계 만남 성사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료계 관계자들과 만나 비공개로 의견을 들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15일 만남에 이은 후속 조치로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사직된지 이틀 만에 성사된 것이다. 앞서 서울대·연세대·울산대·고려대 의과대학 교수들은 전날 사직서 제출을 시작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의대 증원과 전공의 집단사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정부 부처 수장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함께했다.

의료계에서는 의대가 있는 고려대·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 총장을 비롯해 서울대 의대학장, 서울대병원장 등이 자리했다. 

한덕수 총리는 인사말을 통해 "최근 의료계 현안으로 국민과 환자들의 걱정이 크다"며 "이해당사자들끼리 건설적인 대화 협의체를 구성해서 서로 입장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걸 (국민과 환자들이)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처럼 여러 대학 총장과 의료 교육과 병원과 연관된 총장과 논의해 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고 대화 진전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2024.02.20 mironj19@newspim.com

◆ 이해당사자인 전공의와 만남은 없어

다만 '이해당사자'간의 만남에서 정작 집단 사직의 당사자인 전공의는 빠졌다. 되려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에 동참하며 의료계와 정부의 만남이 의대 교수와 정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앞서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 유예 조치가 내려진 계기가 된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과의 만남에도 전공의는 참여하지 않았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는 이 만남이 이뤄진 지난 24일 "황당하다"며 "전의교협은 일부 선배들의 모임이기도 하지만, 수련환경에서 전공의와 각을 세우는 분들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의교협과 대화하겠다는 것은 마치 자동차 노조가 사직했는데, 사측 대표이사를 만난 것과 같다"며 "어느 전공의도 전의교협에 중재를 요청하거나 권한을 위임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물음표) 하나만 남겼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꾸려진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측도 개별적으로 전공의와 소통할 뿐 공식적인 대화채널이 있는 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교수 집단은 전공의를 설득하려면 정부가 2000명 증원 폭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의대 교수 비대위 관계자는 "전공의와 개별적으로 안부를 묻는 수준으로만 연락하고 있다"며 "전공의가 떠난 건 처우보다도 증원 규모 때문이니 2000명 증원 규모 수정 없인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2020년 파업 당시에도 전공의 소외 문제

당사자인 전공의의 목소리가 소외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전공의 파업 당시에도 정부와 협의를 끌어낸 주체는 개원의 중심의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였다. 박지현 당시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졸속 합의에 대한 책임으로 집행부 전원 사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당사자인 전공의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는 동안 집단사직 기간은 2020년 파업 당시보다 길어지고 있다. 2020년 당시에는 전공의들이 19일 만에 무기한 파업을 끝냈지만, 이번 집단사직은 지난달 20일 시작해 35일을 맞았다.

복지부는 이날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과 학교별 배정을 확정하고, 대학입학전형 반영 등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기존 계획대로 증원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yk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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