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주택경기 부진과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중견 건설사의 자금 압박이 커지고 있다.
기업 신용도와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견 건설사 대부분은 실적이 악화되면서 외부 차입금을 대폭 늘렸다. 주력사업이자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하던 아파트 분양사업마저 삐걱대면서 영업이익으로 금융이자를 갚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매출 원가율 부담이 커지고 있어 유동성 리스크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신세계건설·태영건설·금호건설 등 차입금 증가에 금융이자 '껑충'
27일 건설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요 중견 건설사들이 대규모 차입금을 활용해 운영자금을 마련하면서 연간 금융이자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재무 리스크가 불거진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금융이자 비용이 198억원으로 전년동기(18억원) 대비 990.9% 급증했다. 부족한 운영자금을 외부에서 빌려 활용하다보니 단기차입금이 대폭 늘었다. 연간 10억원대 수준이던 단기차입금금이 2022년 515억원으로 늘었고 작년에는 1700억원까지 불었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비유동부채인 사채로도 1700억원을 조달했다.
신용등급 하향과 영업손실로 위기에 빠진 상태다. 이달 한국신용평가는 정기평가에서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한 단계씩 낮췄다. 공사원가 상승, 미분양 사업장 관련 손실 인식으로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손실이 1878억원에 달했다. 전년도 12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다. 게다가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손실 확대가 불가피해 자금난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올해 초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에 들어간 태영건설은 지난해 연간 금융이자 비용이 1997억원으로 전년동기(725억원) 대비 174.5% 증가했다. 2020년(444억원)과 2021년(496억원) 연간 400억원대 금융이자를 부담하던 것과 비교하면 4배 넘게 늘었다.
이 회사도 차입금이 큰 폭으로 늘었다. 단기차입금 규모는 2020년 1794억원에서 2021년 4648억원을 불었고 이듬해에는 5977억원으로 증가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워크아웃을 추진하던 작년 말에는 8891억원으로 급증했다.
금호건설은 지난해 금융이자로 163억원을 지급해 전년동기(97억원) 대비 68.1% 부담이 늘었다. 최근 3년 연속 연간 금융이자 비용이 100억원 수준에 머물렀으나 작년에는 160억원대를 돌파했다. 실적악화와 차입금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연간 영업이익은 2021년 1116억원을 정점으로 2022년 559억원, 2023년 218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장기차입금 늘면서 부채가 2020년 9870억원에서 2023년에는 1조2225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KCC건설은 79억원에서 189억원으로 138.7% 늘었고, 한신공영은 333억원에서 442억원으로 32.8% 증가했다.
◆ 지방 미분양 확산에 유동성 리스크 장기화
건설업황 부진이 장기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건설업계의 자금난 우려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손실이 발생하면 운영자금, 금융이자 부담을 위해 차입금을 늘리는 게 일반적이다. 건설사 대부분이 영업활동으로 기업 운영 및 투자금을 충당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외부 기관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어서다.
주력사업이자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지방 분양시장이 악화일로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3755가구로 전달 6만2489가구보다 2.0%(1266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2월 7만5438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9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지난해 12월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지방이 5만3595가구로 전체의 84.0%를 차지한다. 대형사보다 상대적으로 지방 사업장이 많은 중견사에 불리한 상황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주택경기 침체와 건설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사업 다각화가 부족한 중견 건설사들이 타격을 더 많이 받고 있다"며 "지방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세로 돌아섰고 금융이자 부담이 커져 실적 악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의 문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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