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7년 동안 끌어왔는데 원고도 피고도 너무 지쳐있잖아요. 다음 기일에는 재판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합시다."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동관 374호 법정에서는 김정중 법원장(사법연수원 26기)이 진행하는 장기미제 사건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재판 시작에 앞서 김 법원장은 "이 재판부는 사건 특성상 소송 당사자 외에 방청객이 없어서 소법정을 배정받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많은 분들이 오셨다. 법원장이 진행하는 재판에 이렇게 관심이 클 줄 몰랐다"며 "재판 장기화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된 상황에서 신속한 재판을 위한 법원의 변화 노력에 기대가 크다는 점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대로면 내년부터 법관 수가 차츰 감소해 자칫 사건 적체의 늪에 빠질 우려가 있다"며 "법관 증원, 법관 임용자격 개선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이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정중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수원고법 및 서울중앙·인천·수원지법, 서울행정·가정·회생법원 등 17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24 pangbin@newspim.com |
민사62단독 재판부를 맡은 김 법원장은 장기미제 사건을 담당한다. 이날 오후 2시에는 교통사고 피해자가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했다. 2017년 소 제기 이후 몇 차례 변론기일을 진행하다 지난 2022년 10월 이후에는 아예 재판이 멈춰있었다.
보험사의 손해배상 범위를 두고 다투는 것인데 원고의 기저질환으로 인한 기대여명 산정, 노동력 상실에 따른 위자료 산정 등이 쟁점이다. 원고의 의료감정서 회신 등이 지연되면서 재판이 길어졌고 그 사이 치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한다.
약 1시간 가량 재판을 진행한 김 법원장은 "재판을 7년 동안 끌어 원고도 피고도 너무 지쳐있는 상태"라며 다음 기일에는 재판을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양측에 추가 심리가 필요한 자료 등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법원장이 직접 재판에 나서게 된 것은 사법부의 최대 과제 중 하나인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김세윤 수원지법원장을 시작으로 박형순 서울북부지법원장,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 등 다른 법원장들도 잇달아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김 법원장은 "법원장이 장기미제 사건 재판을 담당하는 것은 일선 법관들의 업무 부담을 덜고 사건 처리에 힘을 보태는 것에서 나아가 재판 절차 장기화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적인 개선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법원 차원에서 가능한 여러 노력을 다하여 국민을 위한 재판 구현에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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