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총액(AUM)이 8조원을 돌파하면서 '업계 3위' KB자산운용의 턱밑까지 쫓았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한투운용의 ETF AUM은 8조808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 2일에 기록한 5조9415억원에 비해 36% 증가한 수준이다. 증가율로는 상위 7개 자산운용사(삼성·미래·KB·신한·한투·한화·키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2024.04.05 stpoemseok@newspim.com |
시장 점유율도 덩달아 늘었다. 지난 4일 한투운용의 시장 점유율은 5.78%로 동기간 0.89%포인트(p) 늘었었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한투운용은 KB자산운용의 3위 자리까지 바짝 추격했다. 지난 1월 2일 3.03%였던 양사의 시장 점유율 차이는 지난 4일 1.57%p까지 줄어들었다. AUM 격차도 같은 기간 3억 6847억원에서 2조 1823억원으로 약 40% 줄었다.
업계에서는 최근 KB운용이 고위급 임원 이탈로 더 많은 운용과 영업 역량을 투입하지 못하는 사이 한투운용이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AUM은 자금 유입과 ETF 가치 둘 다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공격적 영업과 운용 성과 모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KB자산운용은 ETF솔루션운용본부와 ETF마케팅본부를 ETF사업본부로 통합했는데, 통합 사업 본부장 자리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건너온 김찬영 디지털ETF마케팅 본부장이 앉았다. 그는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가 취임 후 영입한 외부 인재다.
이후 올해 4월 초에는 금정섭 전 KB자산운용 ETF마케팅본부장이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으로 이직했고, 같은 달 말에는 차동호 KB자산운용 ETF솔루션운용본부장이 키움증권으로 둥지를 옮겼다. 한 달 새 무려 두 명의 관리자급 임원이 이탈한 것이다.
반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 'ETF 아버지' 배재규 한투운용 사장과 함께 ACE 리브랜딩 작업을 완수한 김승현 ETF컨설팅부장을 ETF컨설팅담당으로 승격하고, 실질적 본부장 역할을 맡기며 내부 정리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는 상품 개발·마케팅·운용 등 전 부문에서의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최근 KB자산운용의 분위기가 침체할 수밖에 없다"며 "KB운용에서 이탈하는 고객들을 한투운용이 재빠르게 확보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투운용의 급성장으로 격화된 3·4위 경쟁이 ETF 시장의 선순환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소수 자산운용사가 독점적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순위 경쟁은 곧 고객 선택지 다양화를 의미한다"며 "고객 수요에 맞는 다양한 상품 공급이 중요한 ETF 시장에서 한투운용과 KB운용의 순위 경쟁은 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