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참패 성적표를 받았다. 가까스로 개헌저지선(100석) 확보에는 성공했으나 주요 법안 단독 처리 등을 막을 수 있는 120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3년 임기를 포함한 향후 4년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 정국의 주도권을 다시 내주게 됐다.
국민의힘 총선 패배의 결정적인 원인은 '용산발 리스크'가 꼽힌다. 구원투수로 나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내세우며 선거를 이끌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시청 후 대부분 소속의원들과 당 관계자들이 자리를 떠나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4.04.10 pangbin@newspim.com |
이번 총선은 당초 임기 3년을 남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 더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어려운 경제와 민생, 윤 대통령의 소통 부재로 국민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이 '정권심판론'으로 불을 지핀 것이 여당의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11일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라는 것은 두 가지로 나눠진다. 하나는 성과이고 하나는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라며 "통치 스타일이 70%, 정책 성과에 30% 비중을 두고 국민들이 심판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경제적으로 고물가를 포함해 상당히 민생이 어렵다는 부분이 영향을 줬고, 더 큰 영향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 태도가 일방적이고 더 나아가 소통이 미흡하다는 것을 국민들이 바라봤을 때 제어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소비자물가는 3~4%대의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특히 사과 가격이 80%이상 오르는 등 생활물가가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생활고가 힘들어졌다. 그 와중에 대통령은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대파 한 묶음에 875원은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했으나 이는 보조금 때문에 할인된 가격으로 실제로는 수천원에 가격이 형성됐다.
이번 총선에서 새롭게 등장한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일으키며 12석을 차지한 것도 정권 심판에 대한 민심이 선거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선거기간 중 윤 대통령의 '대파 값' 발언을 집중 부각한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지역주의 바람이 불었다면 충청권부터 수도권에는 정권 심판이라는 바람이 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국민 앞에 내놓을 만한 국정 성과가 아무것도 없었다. 이 부분에 대해 국민들이 응징을 한 것이고 민주당은 사실상 반사이익을 누린 셈"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후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4.03.22 photo@newspim.com |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로 중도층 포용에 실패한 것도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꼽힌다.
주요 외신들은 의료개혁 등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정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고집불통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선거 승리에 핵심인 중도층 이탈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원희룡 인천 계양을 후보는 전날 출구조사가 나온 이후 "지금 출구조사 결과가 맞다면 국민들께서 정권에 대한 견제와 심판이 더 시급한 것으로 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역시 "막판에 민주당은 상당히 불리한 악재들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전 여론조사보다 저희 당 입장에서 고꾸라진 것"이라며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위원장에게만 의존하는 당의 구조 역시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 위원장 개인의 높은 지지도를 활용한 것은 좋았지만 '정치 초보'인 한 위원장에게 선거의 모든 것을 맡긴 것이 마지막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한 이유라는 시각이다.
박 평론가는 "한 위원장이 처음 등판했을 때 보여준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더 이끌어내지 못하고 결국 여의도의 낡은 정치문법을 그대로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쓰레기', '범죄자집단' 등의 네거티브 발언이 반복해서 나왔다. 그런 면에서 한동훈만의 정치적인 이미지와 비전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고 했다.
박 평론가는 선거 전략의 실패도 문제로 들었다. "한 위원장만 언론에 부각되고 후보들 면면은 알려지지 못했다. 팀 플레이가 되지 못한 것"이라며 "선대위 진용도 제대로 꾸리지 못하고 활용도 못했다. 선거 슬로건이나 정책 중 국민의힘이 내세울 만한 것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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