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34년래 최저치까지 밀리면서 일본 금융 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엔화 약세 속도가 빨라지면서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엔/달러 환율은 10일(현지시간)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3.5%로 발표되자 153.24엔까지 치솟았다.
엔화 가치가 지난 1990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자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개입 시사 발언이 이어졌다.
11일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특정 수준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나 과도한 환율 변동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움직임은 가파르며, 과도한 움직임에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면서 "어떠한 옵션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뒤이어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도 "단순히 (달러당) 152엔 내지 153엔 등 특정 수준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고 (환율 급변동의) 배경 역시 분석 중"이라면서 "상당한 경계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당국은 2022년에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달러를 매도하고 9조2000억엔(약 83조2600억 원)을 매입해 시장에 개입한 바 있는데, 이날 두 관계자 모두 정확히 어느 환율 수준에서 개입이 이뤄질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즈호증권 수석 외환전략가 야마모토 마사후미는 "환율이 145엔을 돌파하며 당국이 개입했던 2022년과 비교해 현재 일본 금융 당국은 엔화 방어에 대한 결심이 부족해 보인다"면서 "현재의 달러 강세 배경에 견실한 미국 경제와 미국과 일본 간 상당한 금리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일본 당국은 개입을 해도 현재로서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 판단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엔화 [사진=블룸버그] |
◆ BOJ 긴축 앞당길까
엔화 약세 흐름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BOJ의 추가 금리 인상 결정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10일 중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엔화 약세로 수입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추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오버슈트하면 정책 변경을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엔화 약세가 경제와 물가 전반에 영향을 주면 정책 변경을 고려하겠다는 것인데, 다만 엔/달러 환율을 직접 관리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변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우에다 총재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춘투(일본의 봄철 노사 임금협상) 결과가 물가에도 반영돼 (임금 인상을 동반한 물가 상승률 2%) 목표 달성 가능성이 점점 높아져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시장은 해당 시점을 추가 금리 인상 가능 시점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당시 인터뷰서 연내 추가 금리 인상과 관련해 "데이터에 달려 있다"며 "목표가 2%의 지속·안정적인 물가성장률 달성이기에 이에 따라 금리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환율에 대해 '노코멘트'라면서도 "환율 동향이 임금과 물가 선순환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준다면 금융 정책으로 대응할 이유가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인터뷰 이후 엔화는 150엔 수준으로 소폭 강세를 보였지만 153엔 수준까지 다시 밀리면서 우에다 총재 판단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BOJ 관계자들이 꾸준한 임금 상승세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금리 인상을 보류할 것이란 입장을 보였지만 지금 같은 엔화 약세 흐름 속에서는 BOJ 가 좀 더 매파적 신호를 던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통신은 특히 우에다 총재가 금리 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할 수도 있다고 봤다.
다만 지난 2022년처럼 엔화를 직접 사들이는 개입 시도 가능성이 이번에는 낮으며, BOJ가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할 수는 있으나 당장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11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일본 금융 관계자들의 구두 개입이 나온 뒤 엔/달러 환율은 152.90엔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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