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1일(현지시간) ECB의 통화정책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아닌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경제 지표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더라도 ECB가 먼저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ECB는 주요 정책 금리인 레피 금리(Refi, MRO)를 4.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레피 금리는 시중은행이 ECB로부터 1주일 동안 돈을 빌릴 때 지불하는 금리다.
예치 금리와 한계 대출금리 역시 각각 4.00%와 4.75%로 유지됐다. 앞서 금융시장에서도 이번 회의에서 ECB가 주요 정책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통화정책위원회의 인플레이션 전망 평가 업데이트와 기조 인플레이션의 변화, 통화정책 전파의 강도가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목표치로 수렴한다는 확신을 강화한다면 통화정책 제한의 현재 수준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경제의 전개가 ECB의 정책 수립과 관련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유로존의 상황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존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같다는 것을 전제로 결론을 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것들은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표에 의존하며 연준에 의존하지 않는다"며 "특정 금리 경로를 미리 정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4.12 mj72284@newspim.com |
라가르드 총재에 따르면 이날 ECB 회의에서는 몇 명의 위원들이 정책을 완화할 시점이 된 것으로 판단했지만 대부분 위원은 좀 더 기다리기를 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6월 회의 때까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새로운 인플레이션 및 성장 전망을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통화정책 결정 이후 자금시장은 6월 ECB가 25bp(1bp=0.01%포인트)의 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을 70%로 반영했다. 같은 날 오전 80%보다는 후퇴한 전망이다.
연초 미국의 물가 오름세가 더딘 진정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의 올해 금리 인하 기대가 크게 후퇴한 상태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오는 9월 첫 금리 인하를 개시할 가능성을 가장 유력하게 바라보고 있다. 당초 시장은 연준이 6월 피벗(pivot, 정책 기조 전환)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 금리 인하 전망 횟수도 기존 3차례에서 2차례로 후퇴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늦춰질 경우 ECB의 정책 변경 폭도 작아질 것으로 본다.
현재 시장은 ECB가 6월과 9월, 12월 총 3차례 25bp씩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
AFS그룹의 아르네 페티메자스 선임 분석가는 "ECB는 연준을 주시할 것"이라면서 "연준이 올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연준의 금리 인하도 2차례 정도로 제한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탄탄한 일자리 증가세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경기를 지속하는 미국과 달리 유로존은 6개 분기 연속 스태그네이션(불황)을 겪고 있으며 고용시장도 약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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