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서울시의회 앞에 위치한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만난 성기봉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 기억공간 활동가는 "올해로 봉사를 시작한 지 꼬박 10년이 됐다"고 말했다.
성씨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활동한 초기 활동가다. 세월호 10주기와 함께 그가 자원봉사를 시작한 지도 10년이 된 것이다. 유가족과 직접 아는 사이도, 참사 관련자도 아니지만 그는 어른으로서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활동가가 됐다.
생계를 겸하며 세월호 기억공간을 지키고 있는 그는 "상품백화점, 성수대교, 대구지하철 참사 등 우리나라엔 참 많은 참사가 있었지만 제대로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며 "인적 드문 곳에 의령비를 세울 게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며 기억할 공간이 필요하다. 참사는 기억해야 반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서울시 중구 세월호 기억공간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두고 간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며 두고 간 국화꽃이 놓여있다.[사진=노연경 기자] |
그의 말처럼 10년이 지났지만 세월호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시민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남 일이 아닌 내일'이다.
이날 기억공간에서 만난 정혜정(30) 씨는 "10주기라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왔다"며 "참사 당일 뉴스를 보며 철렁했던 마음이 아직도 기억난다. 단원고 희생 학생들과 동생 나이가 같아 남 일 같지 않다"고 했다.
저마다 참사 당일을 기억하는 방식은 달라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은 같다. 빠른 1999년생인 서기훈(26·가명) 씨는 10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 학생들보다 딱 한 학년 아래인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안산에 살았고, 당시에도 경기도에서 학교를 재학 중이던 기훈 씨는 여전히 10년 전 그날이 생생히 기억난다고 말했다.
"10년 전 그날도 이렇게 우중충하고 비가 내렸던 것 같다. 쉬는 시간에 잠시 자고 일어나니 교실에 TV가 틀어져 있었다. 몽롱한 상태에서 배가 기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단원고 학생들이 타고 있는 배라고 했다. 안산에 사는 친구들이 바로 떠올랐다. 제발 저곳에 없길 간절히 기도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기훈 씨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내내 수학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다. 2014년 당시 2주 앞두고 있던 수련회는 참사 이후 곧바로 취소됐다. 고등학교 3학년 늦가을에 소풍을 갔던 게 유일하다. 그는 친구들과 추억을 못 만들었다는 아쉬움보다 또래 친구들에게 일어난 안타까운 일에 대한 기억이 더 크다고 말한다.
그는 "늘 점심을 같이 먹던 친구 중에 세월호 희생자 가족이 있었다. 직접적으로 희생자와 아는 친구들이 있다 보니 당시에는 오히려 더 말도 못 하고 조심했다"며 "1주기 때 등굣길에 늘어져 있던 벚나무에 세월호 관련 현수막이 걸렸는데 그때야 실감이 났다. 이게 내 얘기가 될 수도 있었단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서울시 성북구에서 2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61) 씨는 식당 한 쪽 벽면에 고향인 진도 팽목항 사진을 걸어뒀다.[사진=노연경 기자] |
서울시 성북구에서 20년째 식당을 하는 김(61) 씨는 벽 한쪽에 고향인 진도 팽목항 사진을 걸어뒀다. 세월호 참사 이전 평화롭던 한 어촌 마을에 지나지 않은 풍경이다. 사진 한 쪽 면에는 '남도의 끝자락 엄니(어머니) 품 같은 팽목리'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24살 결혼과 함께 광주로 이사하며 고향을 떠났다는 김 씨는 "팽목항 바로 앞이 집이었다. 지금 세월호 리본이 걸려있는 곳에서 아가씨 때 친구들이랑 술도 마시고 그랬다"며 "참사 당일에도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손님들이 고향에 큰일이 났다며 음료수를 사 들고 찾아오고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흘러가 버린 일이니까 고향 사람들은 다 잊고 지내지만 세월호 참사가 오래 기억됐으면 좋겠다"라며 "희생자들도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고 고향 팽목항도 다시 활기를 띠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피해자와 시민들이 함께 만든 단체인 416연대는 10주기를 맞아 이날 오후 4시16분부터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시민 기억식을 연다. 추모공연, 추모발언과 함께 '잊지 않겠단 그날의 약속을 되새겨달라'는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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