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식품·외식업계가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간 정부의 물가안정 압박에 숨죽이던 업체들이 4·10 총선이 끝나자 곧바로 인상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인 굽네치킨, 파파이스가 먼저 가격 인상 총대를 멨고 제과·일반식품사들도 인상 품목과 시기를 가늠하고 있는 눈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치킨프랜차이즈 굽네는 지난 15일 치킨메뉴 9개 가격을 1900원씩 인상했다. 대표메뉴인 오리지널은 기존 1만6000원에서 1만7900원으로, 고추바사삭은 1만8000원에서 1만9900원으로 올렸다. 굽네의 제품가격 인상은 2022년 이후 2년 만이다.
파파이스도 같은 날 치킨, 샌드위치, 사이드 및 디저트, 음료 등 제품 가격을 평균 4% 인상한다고 알렸다. 인상 품목별로 100원~800원가량 오른다. 이와 배달 메뉴의 가격을 매장 판매가에서 평균 약 5% 높은 차등 가격으로 적용한다. 사실상 배달 가격에 추가 인상을 적용한 셈이다.
이들 업체들은 식자재 가격과 배달수수료, 인건비, 임대료 등 비용상승으로 인한 가맹점 수익성이 악화돼 부득이하게 인상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사진= 굽네치킨] |
굽네와 파파이스가 연이어 가격을 올린 가운데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들도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교촌과 bhc는 제품 판매가를 약 3000원씩 올린 바 있다. BBQ는 튀김유를 기존 100% 올리브유에서 해바라기유를 절반 섞은 제품으로 바꿔 원가를 낮췄다.
롯데웰푸드를 비롯한 제과업체들은 코코아 원가 상승에 따라 초콜릿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음료 및 식품업체들도 품목별로 제품가격 조정을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카카오 가격이 역대 최고수준을 경신하는 등 원가 압박이 커졌다"며 "이에 따라 현재 초콜릿 가격 조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과자코너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관련해 코코아, 오렌지주스, 설탕 등 원재료 가격은 최근 급격히 오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5일 기준 미국 뉴욕상품거래소 거래된 코코아 t당 가격은 1만1001달러로 1년 전 가격인 t당 3003달러 대비 266.3% 치솟았다. 2년 전인 2022년 t당 2525달러와 비교하면 335.6% 상승한 가격이다.
같은 기간 오렌지주스 가격도 치솟았다. 15일 기준 국제 오렌지주스 가격은 t당 8246달러로 1년 전 t당 6125달러 대비 34.6% 올랐다. 2년 전(t당 2511달러)과 비교하면 228.4% 오른 수치다.
그 외 설탕, 김 등 식품 원재료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여기에 유가, 인건비, 공공요금 가격 등이 높아지고 있다. 업체들 사이에서는 원가 상승 품목만큼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다만 당분간 라면, 빵,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설탕, 우유 등 정부가 물가 관리 담당자를 지정한 7대 품목의 인상은 최소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관련해 앞서 오리온, 농심은 올해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달 초까지도 정부가 식품, 외식업체들에 인상 자제를 요청했기 때문에 곧바로 인상하기 부담스러운 면은 있다"면서도 "그간 억눌렀던 품목이 적지 않아 내부적으론 가격 조정을 준비하고 있는 눈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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