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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속살] 산업부, 전력수급계획 '하세월' 왜?…총선 이후 신중모드

기사등록 : 2024-04-1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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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차 전기본, 작년 말 이후 발표 못하고 끙끙
총선 이후 발표 예상됐지만 기약없이 신중모드
여당 참패에 '원전 확대' 정책 속도조절 가능성
최종안까지 6개월 소요…연내 확정하려면 빠듯
산업부 "총선 영향 아냐…수요 예측 시간 걸려"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정부가 총선 이후에는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늦어지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나온다.

'전기본'은 향후 15년간의 전력수급 방안과 장기 전망, 전력수요 관리, 전력설비 건설 등 국가 전력 운용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을 담는 계획안이다. 이번 11차 전기본은 올해부터 오는 2038년까지 적용된다.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에는 초안을 발표했어야 하지만,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발표 시점을 총선 이후로 미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총선 이후에도 발표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면서 너무 늦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 총선 끝났지만 발표시기 확정 못해…전기본 최종안, 연내 어려울 수도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제11차 전기본의 초안은 당초 유력한 공개 시점으로 예상됐던 이달을 넘겨 5~6월 중 발표될 전망이다.

전기본은 2년마다 수립하는 일정상 지난해 12월이나 올해 1월 중 공개됐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11차 전기본은 이례적으로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늦어도 2월 중 공개될 것이라는 예상이 4월 총선 이후로 밀렸고, 총선이 끝난 이후에도 결국 또 다시 지연됐다.

정부는 전기본을 통해 미래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전력설비 확충 계획을 수립한다. 이를 활용해 향후 15년간 전력부족 문제나 과잉공급 문제를 방지하고, 국가 전체에 안정적인 전력수급이 유지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아울러 전기본은 국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오롯이 반영하는 정책 추진기반으로도 꼽힌다.

전기본 수립이 늦어질 경우 시장과 산업 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전력수요에 대한 예측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발전 사업자들은 발전량과 전력설비 건설 계획 등을 확정짓지 못해 수급 안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는 각 발전 사업자들의 수익성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아울러 이런 수급 불확실성과 중장기적 계획 부재 등으로 인한 전력시장의 혼란도 우려된다.

문제는 아직 초안조차 공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전기본은 먼저 초안을 공개한 후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공청회 등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다. 통상 남은 절차에 6개월여가 소요되는 만큼, 최종안은 올 연말 들어서야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초안이 상반기 중 공개되지 않는다면 올해를 넘길 공산도 크다.

◆ 민주당 압승에 '친원전' 반발 우려?…정부 "총선과는 무관"

이런 지연의 가장 유력한 배경으로는 총선이 언급된다. 이달 10일 치러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범야권으로 총 187석을 차지하며 여당인 국민의힘을 누르고 압승을 차지했다.

국회 주도권을 민주당이 갖고 있다는 것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 추진에 있어 현 추진 기조인 '친원전'이 동력을 잃고 민주당이 주장하는 '탈원전' 혹은 재생에너지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소야대' 구조는 지난 국회에서부터 이어져 왔지만, 현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격인 총선에서 야당이 재차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했다는 것은 앞으로 민주당이 보다 힘이 실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한울 2호기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2024.04.15 rang@newspim.com

특히 이번 11차 전기본의 최대 화두는 원전이다. 정부는 에너지 믹스에서 원전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로 최소 2기에서 최대 10기의 신규원전 건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건설 규모는 논외가 되고 신규원전 건설 자체에서부터 반발에 부딪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은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민주당은 총선 전 공약으로 재생에너지를 통해 100% 전력을 공급하는 'RE100' 등을 내걸었다.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4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치도 제시했다.

이에 원전 중심의 에너지 믹스에 대한 반발과 수정 요구 등이 예상돼 정부가 전기본 초안 발표를 또 다시 늦춘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더불어 여당이 참패한 상황 속에서 국가의 주요한 에너지 방향을 발표하는 것이 정부로서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전기본의 전력수요 예측 작업에 신중을 기하고 있을 뿐 총선으로 인한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수요를 예측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보니 계속 계산을 다시 하고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에너지 방향은 당론에 따라 금방 뒤집을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전기본을 만드는 데 있어 총선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r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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