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일본 엔화가 달러 대비 155엔 부근까지 밀리면서 34년래 최저치를 새로 쓴 가운데, 일본은행(BOJ)이 이번 주 회의에서 다소 매파적인 목소리를 낼지 관심이다.
엔·달러 환율은 22일 아시아 시간 154.85엔까지 치솟아(엔화 약세) 1990년 중반 이후 최고치를 새로 쓴 뒤 23일 154.76엔 수준을 기록 중이다.
지난 19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보도 이후 위험 회피 고조로 환율은 153엔까지 내려갔지만 중동 리스크가 다시 후퇴하면서 엔화 매도 및 달러 매수 움직임이 강해지는 중이다.
특히 일본은행(BOJ)이 지난달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한 이후에도 당분간 금리가 제로 근처에서 머물 것이라는 기대감과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엔화 약세는 심화되고 있다.
달러화와 엔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엔·달러 환율이 155엔을 시험하면서 일본 금융당국의 개입 가능성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BOJ가 당장 25일~26일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있어 당국이 일단은 개입을 자제할 것으로 봤다.
블룸버그통신은 BOJ가 이번 회의에서 통화정책을 동결할 가능성이 크지만 엔화 약세를 감안해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좀 더 확실한 목소리가 나올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통신이 53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 52명의 응답자는 이번 회의에서 BOJ가 단기금리를 0~0.1% 수준으로 동결할 것으로 봤다.
BNP파리바 수석 일본 이코노미스트 고노 류타로는 "6월이나 7월 금리를 앞당겨 올리는 데 대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면서 강력한 미국 경제 지표가 이어지고 중동에서의 지정학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개입 만으로는 엔화 약세 추세를 뒤집기 역부족이란 일본 정부의 판단 때문에 엔화 가치는 점차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 신문 등은 BOJ가 올 여름 이후에나 추가 금리 인상이 검토될 것이란 게 시장 판단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함께 발표될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물가 전망치는 최근 유가 상승과 엔화 약세 영향을 고려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블룸버그통신은 BOJ가 제시하는 경제 리스크 내지 채권 매입 계획 등에 변화를 주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25일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발표하고 26일에는 3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공개한다는 점도 즉각적인 개입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한편 이날 스즈키 순이치 일본 재무상은 개입 준비가 돼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순이치 재무상은 지난주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과도한 엔화 움직임에 맞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엔화 약세가 수입 물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했고,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뿐만 아니라 한미일 회의에서도 이 점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재무상은 이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인지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환시에서) 일본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토대가 마련됐음은 부정하지 않을 것이며, 현재 높은 긴장감을 갖고 환율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과도한 환율 움직임 통제를 위해 어떠한 옵션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