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애플, AMD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꿈의 기판'이라 불리는 유리기판을 적용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자부품업계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국내에서는 SKC가 가장 먼저 유리기판 사업에 뛰어든 가운데, 국내 전자 부품업계 투톱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유리기판을 신성장 동력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 차세대 AP에 '유리기판' 적용 가능성…연평균 5.9% 성장 전망
최근 대만 산업지 디지타임스와 미국 IT전문지 나인투파이브맥은 공급망 보고서를 인용해 애플이 차세대 모바일프로세서(AP)에 기존 플라스틱(PCB·인쇄회로기판) 대신 유리기판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리기판은 기존의 기판 대비 전기적, 열적, 물리적 특성이 우수하고 표면 조도가 매우 낮아 미세회로의 구현이 가능하다. 특히 실리콘, 고분자 회로기판 이후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면서 차세대 기판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한데, 더 세밀한 회로를 담는 데 유리기판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MS AI 서비스 '코파일럿'이 만들어낸 유리기판의 이미지. [사진=MS 코파일럿] |
다만 만들기 까다롭고 제조단가가 높다. 유리는 매끄러운 표면과 높은 내화학성으로 인해 밀착력이 낮아 금속과의 접착과 이를 유지시키는 것이 어렵고, 이로 인해 미세회로 패턴 구현과 구성된 회로의 내구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유리기판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전망은 밝은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더인사이트파트너스에 따르면 글로벌 유리기판 시장의 규모는 올해 2300만달러(한화 약 311억원)에서 오는 2034년까지 연 평균 약 5.9%의 성장을 거듭해 42억달러(약 5조6826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 SKC, 연내 생산 시작…삼성전기·LG이노텍, R&D 착수 본격화
국내에선 SKC가 가장 먼저 유리기판 사업에 뛰어들었다. SKC는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합작해 만든 자회사 앱솔리스를 통해 유리기판 사업을 전개 중이다. 2021년 슈퍼컴퓨터(HPC)용 유리기판 시제품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미국 켄터키주 코빙턴 공장에서 유리기판 양산에 착수할 계획이다. 올 4분기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삼성전기는 지난 1월 CES 2024에서 유리기판 실물을 공개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는 지난 20일 정기 주총 후 기자들을 만나 "유리기판 기술 개발을 내년 말까지 끝내고 고객사와 협의해 2026~2027년에 양산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와 유리기판 공동 연구개발(R&D)에 착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려 내년에 유리기판 시제품을 선보일 방침이다.
LG이노텍은 주요 고객사인 북미 반도체 회사를 통해 유리기판 사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지난 21일 정기 주총에서 "미국 큰 반도체 회사를 중심으로 유리기판에 관심이 많다"며 "LG이노텍도 유리기판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리 특성으로 활용 난이도가 높아 상용화에 시간이 걸리지만 AI에 최적화된 초미세공정 기판이기 때문에 향후 5년 내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애플이 삼성전자 계열사와 협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구체적인 리스트가 공개되지 않은만큼 파트너를 단정 짓긴 힘들다"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