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핌] 김아영 기자 = 지난 19일 오전 부산신항 3부두(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HJNC ). 화창한 날씨에 바다 위로 솟아 오른 HMM 초대형선의 모습이 보이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고개를 뒤로 완전히 젖혀도 선박의 높이를 눈에 다 담기 힘든 정도였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2만4000TEU급(1TEU는 길이 6m 컨테이너) 컨테이너선 '함부르크호'다.
부산신항에 정박하고 있는 HMM 함부르크호. [사진=김아영 기자] |
함부르크호는 2018년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건조된 초대형선 20척 중 1척이다. 당시 정부는 2만4000TEU급 선박 12척, 1만6000TEU급 선박 8척을 발주했다. 함부르크호는 2만4000TEU급 선박 중 7번째로 인도된 선박이다. 이 선박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치인 길이 399m로 건조됐으며 폭은 61m다. 바닥 기준 갑판까지 36m, 꼭대기 안테나까지는 81m로 고층 아파트 수준의 높이를 자랑한다. 설계상으로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한 번에 2만4000개까지 실을 수 있다. 하지만, 무게 및 안전을 고려해 통상적으로 2만개 남짓을 최대 적재량으로 한다.
하역 작업 진행중인 야드 모습. [사진=김아영 기자] |
선박 인근 야적장은 하역 작업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노란색 야드 크레인이 야드에 컨테이너선을 쌓고 있었다, 지상 야드와 선박 사이를 연결하는 트랙터와 갠트리 크레인(안벽크레인)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
HMM 관계자는 "선박은 항만에 있을 때 가장 바쁘다"며 속도를 강조했다. 컨테이너선은 정기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항만은 예약제로 운영돼서다. 따라서 배가 늦게 출발할 경우 항만 예약 시간을 맞추기 위해 그만큼 속도를 올려야 한다. 이는 연료 차이와 직결되고, 연료 차이는 환경 부담금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HMM 함부르크호. [사진=김아영 기자] |
야드를 뒤로하고 선박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처음 방문한 곳은 선미에 위치한 브릿지(조종실)다. 이곳은 항해 통신 장비와 일반 항해 장비가 있는 곳이다.
황희승 2항사는 "충돌 방지와 좌초 방지 두 가지를 주요 목적으로 항해 장비들을 활용한다"며 "전산화된 선박 통항로를 모니터링하는 것과 주변 장애물을 탐지하는 기능을 가장 많이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함부르크호 엔진 모습. [사진=김아영 기자] |
철제 계단을 따라 한참 이동하면 ECR 엔진 컨트롤룸이 나온다. 메인엔진, 발전기, 스크러버 등이 설치됐다. 함부르크호에는 총 5대의 발전기가 있다. 발전기 한 대를 하루 동안 돌린다면, 약 200가구에서 한 달 동안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함부르크호 발전기 모습. [사진=김아영 기자] |
눈에 띄는 부분은 선박 크기에 비해 엔진 사이즈가 작다는 것이다. HMM 관계자는 "친환경 시대로 접어들며 글로벌 선사들은 효율성 확보가 중요해졌다"며 "더 많은 컨테이너를 나르는데 훨씬 작은 엔진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연료 소모가 적고 오염 물질 배출이 적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희승 2항사는 "실제로 항해하다 보면 옆에 머스크나 MSC, 에버그린 등의 선박 속도가 모두 비슷하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 선박의 가장 큰 특징은 친환경 장치인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설치했다는 점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부터 황산화물(SOx) 함유량 기준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는 IMO 2020을 시행하는 등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HMM은 스크러버 덕분에 에너지 효율 개선에 성공했다. 게다가 HMM의 스크러버는 개방형(바닷물로 배기가스를 세척한 후 세정수를 다시 바다에 버리는 것)과 폐쇄형(세척한 세정수를 선내에 저장한 후 버리는 것)을 모두 적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이다. 항만마다 스크러버 규정이 다른 만큼 상황별로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은 큰 장점으로 꼽힌다.
또한 함부르크호는 현재 벙커C유를 사용하고 있지만, LNG 연료탱커를 언제든지 탑재할 수 있다. 'LNG레디' 선박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향후 해상 규제에 따라 빠른 시간 내에 친환경 연료 적용도 가능하다.
HMM 관계자는 "2만4000TEU급 선박은 세계 최대급 컨테이너선"이라며 "선제적인 친환경 장비를 통해 추후 CII 등 환경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충분히 대응 가능한 선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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