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핌] 김아영 기자 = "처음 2만4000TEU급 선박이 나왔을 때 세계 어느 항구를 가든지 구경꾼들이 몰려왔다. 앞서 노트르담호를 인수했을 당시 노트르담 항만에서 환영 세리머니를 해줬던 게 기억이 난다."
HMM 함부르크호 이창인 선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아영 기자] |
이창인 선장(56)은 선장 경력만 20년인 '배테랑'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뱃사람'을 꿈꾸지는 않았다.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인해 해운업과 인연이 시작됐다는 것이 이 선장의 설명이다. 이후 꼬박 35년 동안 세계 해안을 누비며 살았다. 바다가 낯설었던 청년은 이제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운항한다는 자부심 넘치는 선장이 됐다.
이 선장은 초대형선 운항의 장단점을 설명했다. "선박 사이즈가 크다 보니까 행동반경도 커지고, 제동 거리도 길어 좁은 공간 통과가 어렵다"며 "유일한 장점은 웬만한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인 함부르크호는 파나마 운하 통항이 불가능하다. 수에즈 운하도 간신히 통과할 수 있다. 수에즈 운하는 길이가 400m를 넘어가면 못 지나가는데 함부르크호는 399m다.
요즘 이 선장의 가장 큰 고민은 국제 정세다. 지난해 말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면서 통항이 제한되고 있다. 현재 유럽~아시아 항로 선박은 아프리카 대륙 남단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중이다.
이창인 선장은 "함부르크호는 지난해 12월 12일 출항해 19일 돌아온 것으로 약 129일이 걸렸다"며 "원래 항로대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게 되면 91일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회하는 선박이 몰리면서 지연 사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해가 길어지면 부식이 가장 걸린다고 한다. 그는 "유럽에서 출항해 부산까지 오면 한 달이 소요된다"며 "부식을 충분히 실어도 신선도가 떨어져 불편하다"고 말했다.
반면, 장점도 있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선 아덴만 같은 좁은 공간을 연이어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희망봉 우회로 좁은 항로를 지나야 한다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실제로 2021년 3월 대만 선사인 에버그린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좌초돼 6일간 수에즈 운하를 막은 사례가 있어 부담이 더욱 가중된다는 게 이 선장의 설명이다.
이창인 HMM 선장. [사진=김아영 기자] |
최근 이 선장의 걱정거리는 해적이다. 선원들의 안전 문제와 직결된 만큼 위험한 지역을 지날 땐 한국 정부 기관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그는 "최근 소말리아 해적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에도 스리랑카 콜롬보항을 지나고 소말리아 수역과 가까워질 때면 해수부와 회사에 통항계획을 보내며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선원들의 준비도 단단히 챙긴다. 이 선장은 "아덴만 진입을 위해 권고 항로에 들어가기 전부터 레이저 와이어 설치, 문 잠그기, 블라인드 내리기, 헬맷과 방탄복 착용 등을 실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항해 시 선원들의 외형적 안전뿐만 아니라 내면 상태도 꼼꼼히 챙긴다. 외국인 선원은 타지에서 일하다 보니 어려운점이 있다. 이 선장은 선원을 지켜본 후 면담을 거쳐 최종적으로 귀국 조치를 하기도 한다. 그는 "서로 소통을 위해 노력하다 보니 외국인 승무원들과의 융화도 잘 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조종실에서 바라본 외부 모습. [사진=김아영 기자] |
이날 오전 5시에 부산항에 정박한 함부르크호는 22일 상해로 떠났다. 정년이 4년 반 가량 남은 이 선장은 다시 바다로 향한 셈이다.
오랜 기간 항해 후 고국 항만으로 들어올 때 소감을 묻자 이창인 선장은 "넉 달 동안 항해 후 부산에 들어오면 일이 많아 정신없다"고 하면서도 "마음은 푸근하다"며 웃은 이 선장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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