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아 반도체 장비 제작업체를 설립하고 반도체 증착장비 기술과 엔지니어들을 중국으로 빼돌려 장비 제작에 사용한 혐의를 받는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이춘 부장검사)는 25일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등),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A사 기술 파트 부사장 김모(56) 씨 등 3명을 추가 기소하고, 전기팀장 신모(51) 씨 등 2명과 A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범행 개요도. [제공=서울중앙지검] |
삼성전자 기술팀 부장 출신인 김 부사장은 2016년 9월 삼성전자의 국가 핵심기술인 18나노 D램 공정 기술을 필사해 촬영한 파일을 건네받아 취득한 뒤 같은 해 11월 취득한 자료를 이용해 CXMT D램 공정 개발자료를 작성하고, 2022년 9월 18나노 D램 공정 기술 자료를 별도 서버에 전송해 누설한 혐의를 받는다.
또 그는 2022년 2~5월 반도체 세정장비, 증착장비 등을 제조하는 업체의 영업비밀인 원자층증착(ALD) 장비 설계기술 자료 등을 유출하고 같은 해 9월 별도 서버에 전송해 누설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검찰은 김 부사장의 지시에 따라 2022년 9월 같은 회사 장비설계팀장인 방모(49) 씨 등이 유출한 B사 ALD 장비 설계 도면 등 첨단 기술자료, 신씨가 유출한 C사의 열처리 반도체 장비 통신 기술 자료 등을 유출한 혐의도 적용했다.
ALD 장비는 원자 정도의 두께로 막을 형성해 나가는 증착장비로서 나노미터급 두께로 정밀하고 균일하게 증착할 수 있는 첨단 반도체 제조에 있어 필수인 장비로, 특히 웨이퍼 100매 이상을 동시에 증착할 수 있는 '배치(Batch) 타입' 장비는 세계에서 일본 업체 외에 B사만 개발에 성공한 장비다.
김 부사장과 방씨, 장비설계팀원 김모(44) 씨와 유모(45) 씨는 B사의 ALD 장비 설계도면 등 설계 정보를 부정하게 사용해 A사의 장비 도면을 작성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ALD 장비 개발에 성공한 회사가 없던 중국에서 큰돈을 벌기 위해 A사 경영파트 부사장인 김모(50) 씨와 경영파트 제조 담당 부장인 천모(43) 씨와 함께 중국 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아 중국에 반도체 장비 회사를 신설하기로 계획했다.
이후 김 부사장은 중국 태양광 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아 A사를 설립했고, 이 과정에서 이들은 실제 중국에서 장비 개발에 사용하기 위해 한국에 구축한 별도 서버에 유출한 피해회사의 자료를 저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료를 직접 가지고 출국할 경우 공항 등에서 발각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중국에서 VPN을 이용해 NAS 서버 내 자료를 내려받기로 하고 한국에 서버를 구축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금전적 이익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김 부사장 등은 한국에서 받던 급여의 2배 이상과 A사의 주식을 배분받기로 했으며, 향후 중국에서 A사가 상장할 시 상당한 액수의 금전적 이익을 얻게 될 것이란 게 검찰의 판단이다.
아울러 김 부사장 등은 피해회사 등과 경업금지 소송, 기술 유출 등 범죄 이슈가 발생할 것을 피하기 위해 A사가 아닌 중국의 위장회사와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현지 생활 시 실제 이름이 아닌 영문 가명을 사용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협력업체에서 제작 중이던 증착장비 모듈을 압수함으로써 피해회사의 설계 정보를 이용해 제작한 장비가 중국에서 유통되는 것을 차단했고, 김 부사장을 비롯해 핵심 설계 엔지니어를 구속해 피해회사의 기술을 이용하던 A사의 장비개발도 중단시켜 향후 발생할 추가 피해를 방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국내 협력 업체를 활용한 장비 제작을 원천 차단하는 등 동종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고, 피고인들이 범죄에 상응하는 형을 받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검찰은 A사의 경영파트에서 일한 김씨와 천씨, 그리고 A사의 대표인 중국인 종모(43) 씨에 대해선 기소중지한 상태다. 검찰은 종씨가 국내에 입국 시 수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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