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3개월 가량 장기화되면서 의료계에 변화의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중증환자나 응급환자들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전공의들이 이탈한 3차 상급종합병원들은 진료가 차질을 빚으면서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 반면 개원의, 2차 종합병원에는 환자들이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간호사들의 역할은 법적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의정 갈등의 장기화로 나타난 명암(明暗)을 살펴본다.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파업이 두 달 넘게 지속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의약품 처방이 줄고 있는 데다 과거처럼 활발한 영업활동을 펼치기에 한계가 있어서다.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절차도 늦어지고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
[의정갈등 명암] 글싣는 순서
1. 제약·바이오, 실적 타격 불가피…임상도 줄줄이 연기
2. 중증환자만 받는 대학병원…진료체계 긍정 신호?
3. 병원 문턱 높아지자 환자 수 감소…건강보험 재정 개선 효과
4. 최대 피해자는 환자…응급실 뺑뺑이·진료지연 '악순환'
5. 대형종합병원 경영 악화, 관련 종사자 무급휴가 권고 등 '불안'
6. 비대면·원격 진료 '탄력'…법제화 기대감
7. 진료지원간호사(PA) 법적근거 마련될까…보호 방안은
8. 尹-李 공감대 형성했지만…관련 입법 '난항'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9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16일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한 결과 이날까지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미 오는 19일 전공의의 총파업을 가정한 채 내부에서 수술 스케줄 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의 모습. 2024.02.19 pangbin@newspim.com |
4일 업계에 따르면 의료파업 장기화로 진료시간이 줄어들고 환자들의 수술이 미뤄지면서 의약품 처방 실적에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1분기 실적에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줄어들진 않았지만 2분기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파업 초기에는 의약품 처방 감소폭이 크지 않았으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원내, 원외 처방이 모두 줄어드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주로 수액이나 항암제, 진통제 등의 매출 비율이 높은 회사들은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의약품 유통 업계는 파업 전과 비교했을 때 병원에 들어가는 의약품이 20~30%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수술용 장갑과 가위 등 의료기기 유통도 30~40% 줄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기존 3개월이었던 의약품 납품 대금 결제 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겠다고 통보해 영세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 의약품 유통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유통 업체 입장에서는 3개월에 한 번씩 돈을 받아야 그 돈을 가지고 다음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는데, 병원에서는 당장 수술도 하지 않고 돈이 없으니 미뤄달라는 입장"이라며 "대형 업체는 자력으로 버틸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곳들은 대출이라도 받아서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자가 만만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영업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일부 병원들은 영업사원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나섰다. 정부가 지난 3월 21일부터 5월 20일까지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리베이트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밝혀 영업사원들이 느끼는 압박감 또한 큰 상황이다.
일부 제약사들은 심포지엄과 학술대회를 통해 마케팅 활동을 펼치기도 했지만 이마저 취소 또는 연기된 실정이다.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더라도, 임상을 진행하는 병원의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심의가 필요한데 위원회가 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IRB는 임상 연구의 윤리적, 법적, 과학적 타당성 등을 검토 및 심의해 임상 진행 여부를 승인하는 기구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의료진 공백으로 인해 IRB가 열리지 않아 임상 절차가 중단됐다"며 "전반적인 임상 진행 계획이 늦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임상뿐만 아니라 병원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기업들도 의료파업 영향을 받고 있다"며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이 기회비용인 만큼 연구 결과가 빨리 나와야 기술 이전도 할 수 있는데 전반적인 절차가 늦어져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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