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이 "인공지능(AI) 초기 시장에서는 우리가 승리하지 못했다"며 "2라운드는 우리가 승리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역량을 집결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그는 최근 개최한 사내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함께 노력해준 덕분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가 한종희·경계현 2인 대표이사 투톱 체제를 유지하고 신사업 발굴을 위한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한다. [사진=뉴스핌DB] |
특히 AI 시장 확대로 인해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15조원에 육박한 적자를 낸 반도체 사업이 1조9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5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섯다.
경 사장은 "이대로 나아가 2022년 매출을 증가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내세웠다. 삼성전자의 2022년 매출은 302조2300억원으로, 이 중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의 매출은 98조4600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이어 그는 "이익을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성장"이라며 "2017년 이후 D램과 낸드, 파운드리,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사업의 큰 위기"라고 짚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11.3%로, 1위인 TSMC(61.2%)와의 격차는 같은 해 3분기 45.5%포인트(p)에서 49.9%로 벌어졌다.
지난해에는 인텔에 반도체 공급사 매출 1위 자리를 뺏겼으며,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경 사장은 "성장하지 않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며 "지난해부터 새로운 기회가 시작되고 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올해 반드시 턴어라운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HBM 5세대인 HBM3E 8단 제품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2분기에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현재 12단 제품의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 중이다.
삼성전자 HBM3E 12H D램. [사진=삼성전자] |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이 올해 연말 AI 반도체 시장의 '큰손' 엔비디아가 출시할 예정인 '블랙웰' 기반 차세대 AI 칩인 B100에 탑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 사장은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맞춤형 AI 반도체의 턴키(일괄생산) 공급이 가능한 유일무이한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을 모두 갖추고 있어 HBM 등의 설계부터 생산, 2.5D 첨단 패키징까지 턴키 공급이 가능하다.
경 사장은 "AI를 활용한 기업 간 거래(B2B) 비즈니스가 이제 곧 현실이 된다"며 "그전에 에너지 소비량은 최소화해야 하고 메모리 용량은 계속 늘어나야 한다. 데이터 처리 속도도 훨씬 효율화돼야 하는데 우리 회사가 이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 사장은 앞서 지난 3월 20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메모리 병목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대규모언어모델(LLM)용 AI칩 '마하-1'을 개발 중인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처리량을 8분의 1로 줄이고 8배의 파워 효율을 갖게 하는 것을 목표로 마하-1을 개발 중이며, 연말부터 이를 양산할 계획이다.
경 사장은 "시장 환경이 안정적일 때는 터닝 포인트를 만들기 어렵다. AI로 대변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 시작했고 지금이 터닝 포인트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며 "올해를 새롭게 성장하는 터닝 포인트로 다 같이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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