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군 복무 중 갑자기 발생한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군인의 유족이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인과 직무수행 간 인과관계가 불확실해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북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의 아들은 지난 2020년 육군에 입대해 근무하던 중 이듬해 갑작스런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후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당시 사망진단서에는 망인의 사인이 '갑각류에 의한 아나필락시스 추정'이라고 기재됐다. 아나필락시스란 특정 물질에 대해 몸에서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알레르기를 말한다.
육군 보통전공사상(사망) 심사위원회는 망인의 사망에 대해 '순직Ⅱ형'으로 결정하고 이를 망인의 아버지에게 통지했다. 이후 망인의 어머니는 서울북부보훈지청에 망인에 대한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북부보훈지청은 망인이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망인의 어머니는 "망인이 사망 당시 근무하던 곳은 민간 의료기관과 상당히 떨어져 있었고, 최초 상황 조치를 한 간부가 망인의 위중한 상태를 즉시 알아채지 못하고 의료종합상황센터에 문의한 뒤 병원으로 후송하는 등의 조치를 즉시 취하지 않은 것이 사망의 결정적인 원인이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서울북부보훈지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망인의 사망이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을 원인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국가유공자법상 국가유공자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입대 전 갑각류를 먹고 아나필락시스나 두드러기 등의 증상이 발생한 적 없었던 점, 망인이 사망 전 부대에서 갑각류가 포함된 음식을 여러 차례 섭취했음에도 별다른 증상이 없었던 점, 피부에 두드러기나 발진이 관찰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보면 망인의 사인이 '갑각류에 의한 아나필락시스'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망인의 산소포화도가 후송 과정에서 75~85%로 떨어지고 의식이 저하된 점에 비춰보면 망인의 직접 사인은 갑자기 발생한 '저산소증으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망인의 사인인 저산소증으로 인한 호흡곤란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어떠한 직무상 요인이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뚜렷한 자료가 없는 이상 망인의 기저질환이나 체질적 소인이 원인이 되거나 악화돼 발생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망인이 근무 중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쓰려졌다는 사실만으로 그 직무수행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질병이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망인이 쓰러진 직후 부대 간부나 군의료관계자들의 미흡하거나 부적절한 대응이 사망의 주된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어느 모로 보나 망인은 직무수행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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