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신수용 기자 = 의과대학 교수들이 10일 전국적으로 집단 휴진에 돌입했지만 진료현장에 큰 혼란은 없었다.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에 반대해 진행하는 집단행동이지만, 현실적으로 수개월 전에 잡힌 진료를 미룰 수 없어 '선언적 반발'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취채진이 서울대병원과 신촌 세브란스 외래진료실을 둘러본 결과 휴진에 따른 특이사항은 보이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소아비뇨의학과 진료실 한 곳에만 '10일 휴진'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이날은 의대 교수들이 전국적으로 동시 휴진을 진행하겠다고 한 날이다. 앞서 지난 3일 19개 의대 교수가 속해있는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총회에서 결정한 사항이다.
전국 의대교수들이 집단 휴진하겠다고 밝힌 10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 한 진료과에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노연경 기자] |
현재 전의비에 참여하고 있는 의대는 원광대, 울산대, 인제대, 대구가톨릭대, 서울대, 경상대, 한양대, 연세대, 강원대, 계명대, 건양대, 부산대, 건국대, 제주대, 이화여대, 고려대 안암, 고려대 구로, 전남대, 을지대, 가톨릭대 등이다.
삼성서울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성균관대를 제외하고 '빅5' 병원이라 불리는 서울성모·세브란스·서울대·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의대가 모두 포함됐다.
교수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집단 휴진으로 '반발'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점에는 만장일치로 동의했으나 실제 휴진은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 교수들이 처음으로 '주 1회 휴진'을 시작한 날 전체 휴진을 했던 과들도 이날은 정상진료를 하고 있었다.
서울대병원 분원인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오늘 휴진을 신청한 교수는 없다"라며 "모든 진료과가 정상진료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몇 달 치 스케줄이 잡혀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진료를 중단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진 않다"라며 "병원 직원과 환자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일부 연대의대 교수들은 이날 열린 의정갈등 관련 심포지엄에 참여하기 위해 휴진했지만, 당직근무에 따른 휴진으로 집단행동에 동참했다고 보긴 어렵다.
기존에 외래진료를 보던 환자들도 큰 변동 없이 진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날 서울대병원 암병원에서 만난 전립선암 환자 반모씨(69)는 "오늘로 19번째 방사능 치료를 받으러 온건데, 의사 집단행동 이후 치료가 미뤄지거나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교수들의 집단 휴진 참여율이 저조하다고 해서 환자들의 불안함이 사라진 건 아니다. 신촌 세브란스에서 만난 최모씨(81)는 "10년 이상 당뇨병으로 치료받고 있는데 아직 진료가 취소된 적은 없다"면서도 "새벽 4시에 인천에서 차를 타고 금요일마다 진료를 오는 데 조마조마하다. 당뇨병 환자는 계속 와서 진료도 보고 약도 필요한 데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의대교수들이 더 강경한 행동에 돌입할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교수들은 의대교수·의대생·전공의가 진행한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정부에 내년도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기로 한 근거를 가져오라며 판단 전까지 의대 증원 계획을 보류하라고 했다. 정부는 이날 자정까지 해당 자료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전의비는 법원의 판단이 다음 주 중 나올 것을 고려해 오는 15일 총회를 열고 추후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주지 않을 경우 일주일 집단 휴진 등 더 강경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