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운전자가 '노란불'로 바뀌는 것을 보고도 정지하지 않고 교차로에 진입했다가 충돌사고를 냈다면 신호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A씨는 지난 2021년 7월 25일 오전 8시45분경 부천시 부천IC 삼거리 교차로에서 과속과 신호 위반으로 교통사고를 내 오토바이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각 전치 3주, 14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교차로 신호가 황색으로 바뀌었는데도 감속하지 않고 그대로 좌회전했고, 주행 방향 기준 적색 신호를 위반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직진하던 피해자들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1심부터 A씨의 변호를 맡았다.
1심은 "차량 운행분석 내용 및 피고인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황색 신호에 따라 차량을 정지시킬 경우 사거리 한복판에 정지될 가능성이 있었다"며 A씨가 황색 신호등에 정지하지 않고 좌회전한 것을 신호 위반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또 A씨가 제한속도를 21.51km 초과한 61.51km로 과속한 것은 맞지만 과속은 해당 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오토바이가 적색 신호를 위반해 나타날 것을 예상하기 어려운데다 차량의 위치에서 충돌지점까지의 거리는 약 8.3m로, A씨가 제한속도인 40km로 주행했더라도 정지거리(15.71m~19.04m)보다 짧은 거리이므로 급제동했어도 충돌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A씨가 과속하고 신호를 위반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항소했으나 항소심도 1심의 무죄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항소심은 "차량 진행 중 정지선 앞에서 황색의 등화로 바뀌었으나 정지선까지의 거리가 차량의 정지거리보다 짧은 경우까지 즉시 차량을 제동해 정지할 것을 요구한다면 교차로 내에서의 교통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차량 운전자에게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교차로 진입 전 신호가 황색의 등화로 바뀐 이상 차량의 정지거리가 정지선까지의 거리보다 길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피고인이 교차로 직전에 정지하지 않았다면 신호를 위반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원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규정에 의하면 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 황색의 등화로 바뀐 경우 차량은 정지선이나 교차로 직전에 정지해야 한다"며 "차량 운전자가 정지할 것인지 또는 진행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신호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원심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6조 2항 별표2의 '황색의 등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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