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한 의사 단체가 헝가리 소재 의과대학 네 곳을 국내 의사 국가시험(국시)에 응시할 수 있는 외국대학으로 인정한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3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6일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공의모)'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외국대학 인증요건 흠결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며 1심과 같이 각하 판결했다.
각하란 소송이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사건을 끝내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월 20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에 관계자들이 출입하고 있다. 2024.02.20 pangbin@newspim.com |
젊은 의사들의 모임인 공의모는 복지부가 헝가리 소재 의대 네 곳을 국시에 응시할 수 있는 외국대학으로 인정하자 이를 무효로 해 달라며 2022년 3월 소송을 냈다.
구 의료법 제5조 1항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의대를 졸업하고 외국에서 의사 면허를 받은 사람이 국내 의사 국시에 합격하면 면허를 받아 국내에서도 의사가 될 수 있다.
공의모는 "헝가리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조건부 의사 면허를 발급받은 한국 유학생들이 우리나라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하게 됨으로써 국내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가진 의사들이 대학 병원에서 수련 및 전공 선택의 기회를 침해당하고 취업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헝가리가 한국 유학생에게 헝가리 내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조건부 의사 면허를 발급하는 점 ▲각 의대는 입학자격, 입학정원, 졸업요건 등에 대해 널리 통용되는 학칙이 없는 점 ▲한국 유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모든 정규과목의 수업을 자국어인 헝가리어가 아닌 영어로 하는 점 ▲외국 유학생들을 위해 국제학생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해당 헝가리 의대가 복지부 지침에서 정한 외국대학 인정요건에 미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이들이 행정소송법상 적법한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들의 청구에 대해 "이 사건 각 대학이 인정심사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관한 해석을 통해 그 기준에 미달한다는 사실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이어서 행정청의 처분 등을 원인으로 하는 구체적인 법률관계 또는 권리의무의 존부 확정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은 국내 의대를 졸업하지 않고도 의사가 될 수 있는 우회 통로로 헝가리 의대가 인기를 얻으면서 불거졌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과 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23년까지 외국 의대 예비고시·국가고시 응시자는 모두 헝가리 출신이 189명, 119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최종 합격률은 47.9%에 그쳤다.
한편 정부는 지난 8일 의료인 부족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보건 의료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일 경우 외국에서 면허를 딴 의사들도 국내에서 진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고 입법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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