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회사가 인적·물적 투자를 통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무단으로 복제해 헐값에 판매한 행위는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복제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2017년 1월경 프로그램 개발자를 고용해 건설공사 원가계산용 프로그램인 EMS 프로그램을 제작·판매하는 B사의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를 복제한 다음 이듬해 1~2월 복제된 B사의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 이용권을 무단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MS 프로그램은 건설공사 원가계산에 사용되는 건축, 토목, 기계 등 건설 분야별 기능을 통합한 내역관리에 사용되며 건설공사 표준품셈(정부고시가격), 물가정보 등 수만 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작동된다.
검찰은 A씨가 복제된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의 6개월 사용권을 12만원에 판매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보고 A씨에게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A씨 측은 "B사의 데이터베이스는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지 않고 계약에 따라 국가기관에 귀속됐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피해자 데이터베이스는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로서 개별적으로 그 소재에 접근하거나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므로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한다"며 "피해자는 해당 데이터베이스의 제작 또는 그 소재의 갱신·검증·보충에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한 자로서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제작자"라고 판단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모방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피해자 데이터베이스를 그대로 복제한 다음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피해자가 판매하는 가격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판매했다"며 "누구든지 피해자 데이터베이스를 변환해 프로그램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 피해자는 영업을 유지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실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여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은 B사가 '자재'와 '일위대가'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전문 직원을 고용한 점, 조달청과 대한건설협회 등에서 관련 자료를 수집해 매월 업데이트하고 일부 자료는 유로로 구독한 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하는 건설공사 표준품셈 자료 등을 모아 필요한 수식과 숫자 등을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는 등 인적·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한 점 등을 근거로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한다고 봤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 결과 A씨의 데이터베이스는 B사의 데이터베이스와 테이블 이름 유사도 90%, 스키마 유사도 98.2%, 데이터 유사도 90.4%로 드러났다.
항소심은 "피고인은 피해자 데이터베이스의 양적 또는 질적으로 상당한 부분을 복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데이터베이스제작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또한 "원심 판단에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복제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죄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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