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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합병·불법 승계 의혹' 이재용 항소심 시작...증인신청 공방

기사등록 : 2024-05-2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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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자본시장법·회계전문가 등 11명 증인신청
변호인 "항소심 증인으로서 적절·필요한지 의문"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증인 신청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는 27일 오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만큼 이 회장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02.05 leemario@newspim.com

검찰은 "비록 1심에서 전부 무죄라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항소심 절차는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증인신청을 최소화했다"며 자본시장법·회계 전문가 등 증인 11명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증인 신청 대상에는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손혁 계명대 회계세무학부 교수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1심에서는 다수의 범죄사실이 종합된 자본시장법 위반 쟁점을 먼저 심리했는데, 회계 전문지식이 필요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쟁점에 대해 시간적인 이유로 검찰이 재판부를 충분한 설득을 하지 못한 것 같다"며 항소심에서는 심리 순서를 바꿔서 진행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검찰이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사람들이 과연 항소심 증인으로서 적절한지,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검찰은 이 사건 항소를 제기하면서 원심 판단에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현재 검찰이 신청하겠다고 하는 증인 상당수는 이 사건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합병에 대한 여러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검찰 의견에 맞는 진술을 해줄 사람들을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것인데 이들이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술할지 의문"이라며 "검찰의 증인 신청은 기각되는 것이 타당하고, 만약 일부라도 인용이 된다면 피고인 측에서도 전문가 증인을 신청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검찰의 증인 신청은 형사소송규칙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들을 증인으로 불러야 하는지 추가 소명을 해달라"고 말했다.

형사소송규칙에 따르면 항소심에서 증인신문은 ▲1심에서 증인 신청을 하지 않은데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고 증인신문으로 인해 소송을 현저하게 지연시키지 않는 경우 ▲1심에서 이미 신문했으나 새로운 증거가 발견돼 부득이하게 다시 신문할 필요가 있는 경우 ▲항소의 당부 판단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 등으로 한정된다.

재판 진행에 있어서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쟁점을 먼저 다루고 자본시장법 위반 쟁점을 나중에 하자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오는 7월 22일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진행한 뒤 본격적인 공판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17 leemario@newspim.com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관여하고, 회계방식 변경을 통해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5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회장이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승진하던 시기 완성된 이른바 '프로젝트 G'라는 승계 계획에 따라 이 회장의 최소 비용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에 대한 약탈적 합병 등이 이뤄졌고, 이를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장(미전실)이 전단적으로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미전실은 지배구조 개편 관점에서 다른 여러 방안과 아울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주도한 점은 있지만, 시행되지 않은 방안도 있고 합병도 시기 판단을 유보하거나 양립하기 어려운 방안을 계속 검토했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은 소위 지배구조, 계열 분리 등이 기재돼 있는 점 등에 비춰 프로젝트 G가 약탈적 경영 승계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각 계열사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사업구조 방안 검토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약탈적 불법 구조 합병 과정, 승계 과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시점이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이뤄졌다거나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해 거짓공시·분식회계가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부정과 부정거래행위에 대한 증거판단, 사실인정 및 법리 판단에 관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며 항소했다.

jeongwon102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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