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들이 대통령실에 "의대 정원 증원을 이대로 강행한다면 대통령은 우리나라 의료계를 붕괴시킨 책임자로 손가락질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대화를 요청한다면 언제든지 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는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실 레드팀께: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 '레드팀'이란 조직 내의 취약점을 발견해 경고하는 내부 자정 기구를 말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24일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심의·승인하면서 내년도 의대 증원이 확정됐지만, 교수들은 지금도 의대 정원 증원 규모 수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강희경 서울의대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대 정원을 발표했으니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바꿀 수 없는 원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희경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비상대책위원회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통령실 레드팀께: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노연경 기자] |
그러면서 서울의대 비대위는 22대 국회가 장기화되고 있는 의정갈등에 개입해 줄 것을 요구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2020년 의료계 공백이 한달 만에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은 국회의 주도로 의정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며 "이제 기댈 곳은 입법부, 국회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 전문가 집단이 포함된 국회 내 협의 기구를 설치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충분히 논의해달라"며 "정책은 여야 합의를 거친 법안을 통해 합리적으로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의료계가 요구하는 것은 여전히 '조건 없는 대화', '원점 재검토'라는 점도 강조했다. 내년도 의대 정원까지 모든 걸 열어두고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것이다.
강희경 서울의대 비대위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대화를 요청한다면 "의료계 대표자가 아니지만, 불러준다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며 "정부가 불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가 한 명도 늘리지 말자고 하는 건 아니다"라며 "지금의 시설과 교수진으로 가능한 정도의 증원을 일단하고 과학적 근거로 합의가 이뤄졌을 때 제대로 된 의사 수 배출하자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전공의 행정처분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하면서도 실제 처분이 이뤄질 경우 제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성 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정부가 (면허정지 처분까지 가며) 극악무도하게 전공의를 몰아세우지 않길 기대한다"면서도 "향후 그렇게 되면 의협과 함께 전공의 피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정부 투쟁 수위를 강화하는 것도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오는 30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로 예정된 의료계 촛불집회에도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전 비대위원장인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는 "촛불집회는 당연히 참석할 것"이라며 "의료계는 직역이 여러개로 나뉘어져있지만, 지금 마음은 다 똑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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