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북한이 남쪽을 향해 쓰레기와 오물을 담아 대량 살포한 대남풍선이 29일 오후 4시 기준 전국적으로 260여개가 발견됐다.
그동안 북한이 하룻 동안 보낸 대남 전단·풍선으로는 가장 많은 숫자다. 현재 공중에 떠 있는 대남풍선은 없다고 합참은 밝혔다.
바람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오는 대남풍선은 북한군의 전담부대가 만들어 날려 보내고 있으며, 타이머도 장착돼 있다.
충남지역에서 발견된 대남풍선. [사진=합동참모본부] |
북한은 이번 대남풍선 대량 살포와 함께 남한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 공격도 감행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9일 "북한은 28일 밤 9시께부터 다량의 풍선을 대한민국에 살포하고 있다"며 "강원, 경기, 경상, 전라, 충청 등 전국에서 오후 4기 기준 260여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합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대남풍선의 크기는 3~4m 정도 되며, 흰색 대형 풍선 2개에 비닐봉투를 매달아 놓은 형태다. 봉투 안에는 종이조각과 쓰레기, 오물 등이 들어 있다.
◆"과거 차량·주택 파손 사례…안전대책 강구"
합참은 "북한의 대남풍선은 민가 지역뿐 아니라 공항과 고속도로 등에 낙하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실제로 2016년에는 차량과 주택 지붕이 파손된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땅에 떨어진 풍선은 군 화생방신속대응팀(CRRT)과 폭발물 처리반(EOD)을 보내 수거하고 있으며 봉투 안 오물, 쓰레기 등은 관련 기관에서 정밀 분석 중이라고 합참은 설명했다.
서울지역에서 발견된 북한 대남풍선 내용물. 오물, 쓰레기 등이 담겨 있다. [사진=합동참모본부] |
◆"北, 국제법 위반…안전 위협하는 행위"
합참은 "이러한 북한의 행위는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북한 풍선으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으며 북한의 반인륜적이고 저급한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군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찰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우리 국민의 안전대책을 강구할 것이며 유엔사령부와도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합참은 "미상 물체 식별 시 접촉하지 말고 가까운 군부대 또는 경찰에 신고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북한은 지난 26일 국내 대북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맞대응하겠다며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 지역과 종심 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지역에서 발견된 북한 대남풍선 내용물. 오물, 쓰레기 등이 담겨 있다. [사진=합동참모본부] |
◆ '위급재난문자'에 지역 주민 놀라는 소동도
한편 합참은 전날 밤 11시쯤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공지를 통해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가 식별됐다"면서 주민들의 주의와 신고를 당부했다.
이후 경기도 등은 합참 공지가 나온 지 34분 뒤인 밤 11시 34분에 '위급재난문자'를 보내 해당 지역 주민들이 놀라는 소동이 벌어졌다.
재난문자가 전파된 뒤 경찰과 소방 당국에 이런 내용이 사실인지 묻거나 대피 문의 전화가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자 내용 중 영문 표현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Air raid Preliminary warning'이라는 표현은 전쟁에 임박한 상황을 뜻하는 '공습 예비경보'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어떻게 air raid랑 대남전단이 같은 말이냐"며 "한국어 못 하는 외국인은 난리 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군 측에서 재난문자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며 "경계경보 설정에 따라 영어 표현은 자동으로 붙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보낸 물체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park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