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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조 재산분할' SK, 사업개편 속도낼 듯…경영권 영향은 작아

기사등록 : 2024-05-3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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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분할 판결 당일, SK 1200억 규모 자사주 소각 결정
담보대출 위해 SK 주식가치 끌어올려야...승계작업 속도?

[서울=뉴스핌] 김지나 정승원 기자 = SK그룹 전반에 이뤄지고 있는 사업구조개편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1조4000억원 가까운 재산분할 결정이 나서다. 상고심의 판단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나, 이번 판결로 SK㈜의 가치 상승은 필요한 요소가 됐다. 단, 최 회장의 SK㈜ 지분 매각 가능성은 낮아 경영권이나 후계 등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는 관측이다.

◆"SK 자사주 매각·배당으로 현금확보 가능"

3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고법가사2부는 항소심 판결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서 SK에 가장 크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지주회사 체제인 SK그룹은 SK㈜가 지배구조 꼭대기에서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라 SK㈜에 대한 대주주 지분율에 변화가 생기면 경영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최태원 회장은 SK㈜ 지분 17.73%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 가치는 전날 종가 기준으로 2조514억원 가량이다. 이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재산분할 재원을 마련할 경우 경영권 영향이 불가피해 SK㈜ 지분 매각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통상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필요한 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이 35% 선인데 SK㈜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모두 합쳐도 25.57%에 불과해 높지 않다.

과거 2003년 SK그룹은 영국계 펀드회사 소버린자산운용의 공격으로 경영권을 위협받은 경험이 있다. 당시 SK그룹은 분식회계 사태로 위기를 겪고 있었고, 소버린은 SK 지분 15%를 사들여 2대주주가 된 후 경영진의 퇴진, 부실계열사 지원 반대, 기업지배구조개선 등을 요구하며 최 회장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이후 사회적으로 소버린 비판 여론이 커지고 최 회장 우호지분이 늘면서 SK그룹은 2005년 3월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최종 승리할 수 있었다. 만약 최 회장이 SK㈜ 지분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재산분할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경우, '제2의 소버린 사태'로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SK지분을 팔게 될 경우 지배구조가 너무 취약해 져 SK 지분을 팔진 못 할 것이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실트론을을 상장시켜 주식을 매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 회장의 SK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SK의 자사주를 매각하는 한편, 배당을 받아 현금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최태원 SK 회장이 3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한 뒤 나오고 있다.오른쪽은 공판 출석하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2024.03.12 leemario@newspim.com

실제로 SK㈜는 항소심 판결이 난 당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69만5626주를 소각하겠다고 결정했다. 자사주 소각 규모는 1200억원으로, SK㈜의 주가 부양을 위한 움직임이다. SK㈜ 지분율 희석을 최소한으로 하면서 재산분할 재원을 확보하려면 최 회장 입장에선 SK㈜ 주식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주식담보 대출 등을 받을 때 유리하다.

주식담보 대출 이외에 재산분할 재원확보 방안으론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매각이 거론된다. 최태원 회장은 2017년 우리은행이 갖고 있던 SK실트론 지분 29.4%를 2535억원에 TRS(총수입교환) 방식으로 사들였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재산분할 액수가 큰 만큼 실트론 지분 매각 가능성이 없진 않은데, 실트론은 사익 편취 등 이슈가 있었던 주식이라 재산 분할 비용으로 쓸 경우 문제 제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원 중심 '리밸런싱' 속도...승계작업 물살?

지주회사인 SK㈜ 가치를 올리기 위해 현재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구조개편인 '리밸런싱' 작업은 속도를 낼 수 있다. SK그룹은 리밸런싱 작업을 통해 중복사업을 조정하고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사업비용 지출을 효율화하고, 직원들의 근무 형태를 변경하는 등 체질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재산분할 재원 마련을 위해 실트론 주식을 팔 가능성이 높은데, 만약 이 지분을 매각할 경우 현재 최창원 의장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SK그룹의 사업개편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며 "최 회장의 계열사 주식 매각과 최창원 의장의 SK그룹 사업 구조 개편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판결로 SK의 후계승계 작업이 물살을 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해 10월 최태원 회장은 미국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후계 구도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준비해야 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 사이엔 세 자녀가 있는데 계열사 경영에 참여는 하고 있지만, 지분 비중은 사실상 없다.

다만 노소영 관장은 지난 2022년 1심 판결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가 요구한 것은 재산분할이지 회사 분할이 아니다"라며 주주로서 역할을 잘 할 것이다. 제 아이들 셋이 다 SK에 적을 두고 있다. 저는 당연히 SK가 더 좋은 회사가 되기를 누구보다도 바라는 사람"이라고 말한 바 있다.

abc123@newspim.com orig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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