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북한이 남한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응해 대남 오물풍선을 대량으로 띄워 보내면서 남북관계가 사실상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들의 안보 불안이 가중되면서 남북관계 리스크 관리가 시급해 보인다.
북한은 지난 5월 26일 국내 대북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맞대응하겠다면서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 지역과 종심 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탈북민단체들은 지난 5월 10일 전단 30만장과 K-팝·트로트 동영상을 담은 휴대용저장장치(USB) 2000개를 대형풍선 20개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내며 지속적인 대북전단 살포 활동을 해 왔다.
이에 북한은 지난 5월 28일 밤부터 6월 2일 현재까지 1000개 가까이 쓰레기와 오물 대남풍선을 대량으로 남쪽으로 살포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공습'이다.
김종원 정치부 전문기자 |
이에 맞서 한국 정부도 2일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고 강력 반발하는 최전방 군부대의 대북 확성기 재개와 대북 심리전단 살포를 검토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군의 대북 심리전 강화에 어떤 맞대응을 할지도 우려가 된다. 무엇보다 남북한이 강경 대응으로 치닫게 되면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
남북 모두 파국만은 피하고 살얼음 같은 현재 군사·안보 긴장 상황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게 되면 그 희생과 감내는 고스란히 남북 모두에게 엄청난 부담이며 피해를 초래하게 된다.
당장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인 민생과 경제가 녹록하지 않은 가운데 안보까지 불안해지면 '경제+안보' 더블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남북 모두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안 된다. 북한은 오랜기간 국제사회로부터 전방위 경제 제재와 군사적 압박 속에서 이젠 실전적인 핵무력을 앞세워 한미와 국제사회까지 협박하고 있다.
2024년에 오물과 쓰레기로 가득한 풍선을 남한으로 대량 살포하는 것만 봐도 북한이 얼마나 초조하고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기와 보복 심리만 남은 북한이 감정적으로, 우발적으로, 군사적으로 나서게 되면 남북한 공멸의 길밖에 없다.
남북한 모두 이젠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 관계를 더 이상 끌어 올리지 말고 하나씩 풀어 나가야 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침공이나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의 보복 전쟁은 양측 모두에게 회복하게 힘든 희생과 비극을 초래하고 있다.
초강대국 미국의 리더십과 영향력이 갈수록 약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중재와 협상, 조정 능력을 실질적으로 기대하고 의존하는 시대는 이미 저물고 있다.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 사항이다. 남한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도 정전협정 위반이다.
남북 간 전단 살포 금지는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과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2018년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한 사항이다.
북한은 더 이상 대남 오물풍선을 남쪽으로 살포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한국의 민간단체들도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해 북한에 대남풍선 살포의 핑계와 명분을 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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