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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동해 석유·가스전 대박 소식인데…석유공사 근심하는 이유

기사등록 : 2024-06-0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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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직접 발표
국가적 낭보지만 성공률 20%…첫발 내딛은 수준
단순 추정치인데 '삼성전자 시가총액 5배'까지 언급
석유공사, 자원개발 실패 트라우마…신중한 입장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지난 3일 동해 심해에 최대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희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국가적인 낭보임에도 불구하고, 전담 기관인 한국석유공사에서는 다소 다른 분위기가 읽힌다. 경사라며 축하하기보다 부담감으로 인해 근심하는 모습이다.

김기랑 경제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국민들에게 직접 보고했다.

같은 날 산업통상자원부도 고위 관계자 주재로 곧장 백브리핑을 열고 물리 탐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소개했다. 산업부가 미국 액트지오(Act-Geo)사에 심층 분석을 의뢰한 결과, 최소 35억배럴에서 최대 140억배럴의 탐사 자원량이 예상됐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올 연말에 첫 번째 시추에 들어가며 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 나올 것이라는 구상도 밝혔다. 시추 한번에 약 1000억원 이상의 재원이 소요되며, 산업부는 오는 2026년까지 최소 다섯번 가량 시추를 진행할 계획이다. 예상 시추 성공률은 약 20%로 추산됐다.

140억배럴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1조4000억달러(한화 약 1930조원)에 달한다. 특히 산업부는 이를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과 비교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브리핑에 배석해 "140억배럴을 현재 가치로 따지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총 5배가 정도가 된다"며 그 가치를 강조했다.

낭보임이 틀림 없는 소식이지만, 전 국민적인 관심이 고조될수록 석유공사의 근심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일 뿐 결과는 불투명한데도 대통령실이 '최대치'에 달하는 수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 것이다. 전담 기관으로서는 사업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주도해 밝힌 이번 동해 매장 가능성은 말 그대로 '가능성'에 그친다. 정부와 석유공사가 액트지오 평가 결과를 토대로 아무리 3중·4중의 검사를 거쳤다지만, 막상 시추를 했을 때 예상했던 만큼의 매장량이 확인되지 않을 수 있다. 최대 140억배럴도 추정치 수준인 '탐사 자원량'일 뿐, 실제 시추를 통해 확인된 '발견 자원량'과는 다르다.

석유공사는 과거에 석유 탐사에 실패했던 경험이 다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1998년 동해-1 가스전에서는 국내 최초로 천연가스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지만, 약 4500만배럴의 가스를 뽑아낸 뒤 고갈돼 개발 초기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후 제주도와 서해 해상 등에서도 여러 차례 탐사·시추가 이뤄졌으나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석유공사의 부담감은 산업부 고위 관계자와 동시 배석한 백브리핑에서도 일부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 석유공사 관계자는 "최대 140억배럴은 탐사 자원량으로 이를 시추해서 확인해야 하는 과정에 있다", "당부드리고 싶은 건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룬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심해 자원 개발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내놨다. 전담 기관으로서의 조심스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예외적인 윤 대통령의 직접 발표가 이런 상황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애초에 대통령이 주도할 현안이 아니며, 그 시점도 섣부르다는 견해다. 윤 대통령이 국정 브리핑을 열어 직접 현안을 설명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산업부로부터 보고 받은 지 하루 만에 발표가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저명한 자원개발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강주명 서울대학교 자원공학과 명예교수는 "앞으로 여러 단계를 더 나가야 하는 일인데 대통령이 초기 단계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고, 이에 대해 '앞으로 기술자들이 다뤄야 할 문제'라고 말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동해 심해가 대통령의 '전례 없는' 언급에 그친 사례가 될 지, 시추에 성공해 '전례 없는' 우리나라의 최대 개발지가 될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r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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