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1조4000억원 가까운 재산분할 결정이 나며, 이 판결이 대법원까지 이어질 경우 SK㈜ 자사주 활용 가능성이 높게 제기된다. SK㈜가 보유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경우, 유통되는 주식 총량이 감소되기 때문에 SK㈜ 대주주인 최 회장의 지분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월말 기준 SK㈜의 자사주는 1868만1226주로 전체 발행주식 총수 대비 25%다. 이날 SK㈜ 종가(1주당 16만6100원) 기준 SK㈜ 자사주 지분 가치는 3조1030억원이다. SK㈜의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은 18%, 최 회장을 포함한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5%로 자사주 비율이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에 맞먹을 만큼 높은 상황이다.
SK㈜의 자사주 비율이 높은 이유는 SK가 과거 헤지펀드 소버린 등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이후 경영권 보호를 위해 자사주를 대거 사들였기 때문이다. 2003년 소버린은 SK㈜ 지분 15%를 매입해 경영권 개입을 시도했다. 당시 SK㈜는 자사주를 우호세력에게 매각해 우호지분을 확보했고,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반면 시장에선 SK㈜의 높은 자사주 비율이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를 떨어뜨린다며 소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한국거버넌스포럼은 "SK㈜ 주식이 지속적으로 할인 거래되는 근본적 이유는 총 발행주식 주의 25%에 달하는 자기주식 때문"이라며 "자사주 보유 지분율은 시가총액 3조원 이상 대형 상장사 중 가장 높다. 밸류업(기업 주식 가치 높이기)이 진심이면 25% 자사주 전량 소각을 권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 입장에서 재산분할 수단 중 하나로 자사주 소각이 거론되는 이유는 SK㈜가 보유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경우, SK㈜ 대주주인 최 회장의 지분율이 올라가 지주회사에 대한 영향력이 강화된다는 점 때문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SK㈜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사주 소각 규모는 1%로 대주주 지분율에 큰 영향이 없지만 만약 보유 자사주 모두를 소각한다면 대주주 지분율도 많이 올라갈 것"이라며 "재산분할을 위해 최 회장이 SK 주식을 매각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지분율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자사주 소각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서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져 SK㈜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SK㈜의 주가도 함께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의 재산분할 재원 확보 방안 중 하나로 최 회장의 SK㈜ 주식을 담보로 대출 받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SK㈜의 주가가 오르게 되면 최 회장이 본인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현재 최 회장은 SK 주식을 담보로 4000억원 넘는 담보대출을 받았고, 1조 정도 추가 담보 대출이 가능한데 SK가 자사주를 전량 매각하면 최 회장의 지분율은 올라가고 지분 가치 역시 올라갈 수 있다"면서 "현재 정부에서 기업밸류업 프로그램도 하고 있는데, 그 흐름을 타고 자사주를 소각해 지분가치를 올리는 한편 배당을 높이면 굳이 SK 주식을 매각하지 않고도 현금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 이후 SK㈜ 주가가 이틀 연속 상승 흐름을 나타내며 13% 올랐다. 반면 사흘째 되는 4일엔 전날 보다 7% 하락한 16만6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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