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닷새간의 국빈 방문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했다.
취임이후 첫 프랑스 국빈방문이다. 프랑스가 미국의 동맹이자 우방국이긴 하지만, 방문 기간이 닷새나 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유는 이번 프랑스 방문의 초점이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비이든 대통령은 이날 파리 오를리 공항에 도착, 가브리엘 아탈 총리의 영접을 받았다.
6일에는 노르망디로 이동, 인근의 미군 전사자 묘지를 참배한다. 이어 1944년 상륙 작전이 전개된 해변가 중 하나인 오마하 해변에서 거행되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이날 행사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영국 찰스 3세 국왕,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서방의 주요 국가 정상들이 대부분 참석한다.
프랑스 국빈 방문을 위해 파리 오를리 공항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바이든 대통령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 연설도 준비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연설이 민주주의와 자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와관련,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 참석과 연설이 오는 11월 운명의 재대결을 펼쳐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당시 미국 영국 등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연합국들이 힘을 합쳐 나치 독일을 패배시키는데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던 전투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동맹국들이 힘을 함쳐 민주주의와 자유 수호해낸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외교정책 전면에 내세우며 전통적 우방인 유럽 국가들은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일 발간된 시사전문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취임이후 자신의 주도로 나토와 유럽 동맹과의 결속이 한층 강력해졌다며 이를 외교적 성과로 꼽았다.
이밖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를 '민주주의 위협 세력'으로 규정하고, 민주주의 수호를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로 내세우며 지지층을 결집시켜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밖에 노르망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한 압박도 함께 높여갈 예정이다. 평소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에는 나치 독일과 함께 싸운 구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도 참석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푸틴 대통령이나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는 이번 기념식에 초대 받지 못했다.
대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초대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노르망디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도 갖는다.
설리번 보좌관은 "노르망디에 머무는 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의 상황과 우리가 어떻게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수 있을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3∼15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 논의를 주도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를 전폭 지원해온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푸틴 대통령이 주도한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필코 좌절시켜야하는 입장이다. 그래야 이번 대선 과정에서 불거질 외교 실패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더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전폭 지원 정책을 비판하면서, 푸틴 대통령을 오히려 두둔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은 숙적인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을 한꺼번에 공격하고 압박할 호재인 셈이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