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약물에 취해 차를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에게 마약류를 불법 처방하고 수면마취 상태의 환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40대 의사가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강두례 부장판사)는 13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의료법 위반, 준강간, 준유사강간, 준강제추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염모 씨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792만원을 선고했다. 또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과 5년간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압구정 롤스로이스' 마약 처방 염모 의사가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2023.12.27 leemario@newspim.com |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를 종합해 보면 일부를 제외하고 다 인정된다"며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염씨에 대해 "마약류 남용 예방과 마약 중독자의 치료보호 및 사회복귀에 앞장설 의사로서의 양심을 저버리고 법이 의사를 마약류 취급업자로 정한 것을 악용해 수십차례에 걸쳐 환자들에게 프로포폴을 투여했다"며 "돈벌이에만 급급한 피고인의 행위로 병원에서 9시간 머물며 9차례 프로포폴을 투약한 신모 씨는 약물의 영향력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운전하다 인도를 걷던 행인을 치어 사망하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씨의 부탁으로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뒤 자신의 범행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진료기록부 폐기를 시도했다"며 "개설 신고 되지 않은 장소에서 진료를 하고 의사면허 정지 기간 중 의료행위를 하는 등 고도의 도덕성을 요하는 의료인인 피고인의 극심한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염씨가 2년 이상 수면 마취 상태의 환자들을 성폭행하고 이 과정을 불법 촬영한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수와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태양과 방법, 횟수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죄책도 무겁다"며 "피해자의 인격과 존엄에 대한 무시 정도가 가볍지 않아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피고인의 행위가 사회에 던진 파장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의사는 환자에게 해를 입히면 안 된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입은 충격과 상처는 극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피해자들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어 책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검찰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에 대해서는 "재범의 개연성을 명확하게 인정하기 어렵고 스스로 범행을 멈춘 정황이 보여 교화가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기각했다.
앞서 염씨는 지난해 8월 2일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 소재 병원에서 신모(29) 씨에게 의료 외 목적으로 프로포폴, 미다졸람, 디아제팜, 케타민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9회 투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염씨는 지난해 10월 의사 면허가 정지된 상태에서 다른 환자에게 프로포폴을 투여하는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혐의,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수면마취 상태에 있는 여성 환자 10여명을 성폭행하고 이를 불법 촬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신씨는 약물을 투약하고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뺑소니 사고를 내 20대 여성을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이다. 신씨는 지난 4월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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