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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의 인도 현지화 전략 속도전…150만대 생산 눈 앞

기사등록 : 2024-06-1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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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마루티스즈키와 달리 모기업 의존도 줄이는 방향"
印법인 상장해 4조 조달
소형차 위주의 배터리·인프라 현지화까지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인도 자동차 시장 공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법인의 기업공개(IPO)가 시작된데다, 현지 상황에 맞는 현대차 브랜드의 확장도 진행되고 있어서다. 이번 IPO는 인도 내 굳건한 현대차그룹표 전기차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이 끝난 후 인도권역 현지 직원들의 '셀피' 요청을 받고 촬영하고 있는 정의선 회장. [사진=현대차]

17일 로이터통신과 국내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법인은 전날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예비투자 설명서(DRHP)를 제출했다. 신주 발행 없이 현대차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하는 구주 매출 방식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며 최대 1억4200만 주를 시장에 내놓는다.

현대차는 구주 매출을 통해 최대 30억달러(약 4조1670억원)를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상장 시기는 9월에서 10월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IPO가 성공하면 2022년 쓴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공모액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100만 생산 체제 구축까지 한 발…지속 성장한 인도 시장

업계는 현대차의 IPO는 예정된 수순이었고 '언제' 하느냐의 문제였다는 반응이다. 현대차는 인도 시장 IPO는 최근 몇 년 간 계속 흘러나왔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인도 내 점유율을 키워 온 현대차그룹의 성장과 정의선 회장의 의지가 있었다. 내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으로부터 인수한 푸네 공장 고도화를 마치면 현대차는 내년 100만 생산체제 구축을 달성하게 된다. 기아까지 합하면 150만대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현대차인도법인(HMI)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9200억원으로 9곳의 현대차 해외 법인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판매량은 76만 5876대로 9%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내수 판매도 60만 2111대로 처음으로 60만 대를 넘어섰다.

인도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대규모 자동차 시장이면서 아직까지도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장이다. 정 회장이 매년 직접 인도 시장을 직접 챙긴 이유가 있다.

전동화 전략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 다른 국가와는 달리 인도 정부의 전기차 확산 드라이브도 강하다. 인도 정부는 올해부터는 인도에 5억 달러(약 6900억원) 이상을 투자해 3년 내 전기차를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에는 수입차 관세 혜택까지 부여한다.

전기차를 현지 생산하는 업체는 관세를 기본 100%에서 15%까지 낮춰준다. 현대차가 최근 1년 사이 인도 지역에 5조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밝힌 것도 이런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번 IPO가 1위 마루티 스즈키를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는 "현대차 인도법인이 마루티스즈키와 같은 경쟁사들에 비해 모기업에 의존할 필요 없이 미래의 자금조달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만큼 더 강력한 위치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인도권역 현지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정의선 회장. [사진=현대차]

◆소형 전기차 생태계 구축·배터리 현지 생산으로 생태계 굳건히

현대차의 인도 점유율 확장 전략은 소형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생태계 구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이를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5월 첸나이 생산 공장이 위치한 타밀나두주와 2032년까지 3조 2000억원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올해 1월에는 타밀나두주의 전기차 전환 지원, 수소 밸리 혁신 구축, GM 공장 현대화에 각각 약 1조원 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인도 법인의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인도의 전동화 전환 투자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인프라 구축 등 현대차의 브랜드와 연결되는 생태계를 꾸려 현지 점유율을 더 단단히 다지겠다는 의지다.

정 회장은 2020년 회장 취임 후 주기적으로 인도 시장을 직접 찾아 중장기 성장 전략을 논의하고 GM공장을 인수하는 등 현장을 직접 챙겨 왔다. 올해도 최대 해외 기지 전략 점검 차원에서 인도를 방문했다. 정 회장은 인도의 인구 특성을 분석해 진입장벽이 낮은 소형차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충전 인프라를 함께 보급하는 전략을 폈다. 덕분에 GM, 포드 등의 수입차가 철수를 선언할 때 현대차는 판매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는 인도 배터리 전문기업인 엑사이드 에너지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인도 전용 전기차 모델에 현지 생산 배터리 탑재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원가에 큰 영향을 주는 배터리를 현지화해 가격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정 회장은 지난 4월 인도 방문에서 "인도 시장에 특화된 전기차 개발과 전기차 인프라 확충을 통해서 전동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면서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는 2030년까지 인도의 클린 모빌리티를 선도할 것"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인도 증시 상장으로 현대차 기업 가치 재평가 효과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인도에서 30억달러를 조달하면 그만큼 높은 밸류에이션을 평가받는다는 얘기"라며 "IPO 시 추가 최대 29% 상승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bean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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