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의료계가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오는 18일 전면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홍승봉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위원장이 이를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홍 위원장은 최근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낸 기고문을 통해 "의사의 단체 사직과 단체 휴진은 중증 환자들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다"고 밝혔다.
홍승봉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위원장 |
홍 위원장은 "2025년에 1,509명 의대 증원 문제가 사람의 생명 보다 더 중요한 것일까"라고 반문하며, "10년 후에 1,509명의 의사가 사회에 더 나온다면 그 때 전체 의사 15만명의 1%에 해당한다. 1%가 늘어난다고 누가 죽거나 한국 의료가 망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홍 위원장은 "나의 사직, 휴직으로 환자가 죽는다면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정당화될 수 있을까"라며 "그 환자는 나의 직계 가족이 아닐지 모르지만 친척의 친척일 수도 있고, 친구의 친구의 친구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17일 기고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하루에 젊은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 1~2명씩 사망하고 있다. 원인은 30배 높은 돌연사 또는 뇌전증 발작으로 인한 사고사이다. 그러나 뇌전증 수술을 받으면 사망률이 3분의 1로 줄어든다. 또 10년 이상 장기 생존율이 50%에서 90%로 상승한다.
문제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인해 유발된 마취인력 부족으로, 예정됐던 뇌전증 수술의 40%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에서 뇌전증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 7곳(서울 6곳, 부산 1곳) 모두 전공의 사직으로 수술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위원장은 "많은 훌륭한 의사들은 아프리카, 라오스 등 의료 후진국에 가서 봉사하고 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은 무엇인가? 아무 잘못도 없는 국가와 의사가 지켜주어야 할 중증 환자들이 생명을 잃거나 위태롭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10년 후에 증가할 1%의 의사 수 때문에 지금 환자들이 죽게 내버려 두어도 된다는 말인가?"라며 "후배, 동료 의사들의 결정이지만 의사로서 국민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의사 휴진을 지지하는 의대생 학부모들에 대한 요구도 전했다. 홍 위원장은 "자녀가 훌륭한 의사가 되길 바라신다면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어떤 충고를 하셔야할지 고민해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린다"며 "내 아들, 딸이 의대생, 전공의라면 빨리 복귀하라고 설득에 설득을 하겠다"고 전했다.
홍 위원장은 "의사가 부족하여서 환자가 죽는 것이지 의사가 너무 많다고 환자가 죽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10대, 20대, 30대 젊은 중증 뇌전증 환자들은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마취 인력 부족으로 수술장이 열리지 않아서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술 취소는 돌연사율이 30~50배 높은 이들에게는 사형선고와 같다"며 "의사로서 아들, 딸과 같은 내 환자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사회의 등불이 되어야 한다. 각 전문과 의사들은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들 본연의 의사로서의 책임과 사명을 지켜야 한다"고 의료계를 향해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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