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정부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연구용 지하시설' 확보를 위한 부지 공모를 시작한다. 올해 안에 부지 선정을 마친 뒤 오는 2032년까지 준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연구 지하시설은 방폐물 최종 처리장인 방폐장의 운영 시점에 맞춰 필요한 기술을 실증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방폐장 구축을 위해서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이 필요한 상황으로, 정부는 올해 안에 법안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지하 연구시설 2030년 부분 운영 시작…방폐장 필요 기술 실증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18일부터 고준위 방폐물 연구 지하시설을 건축하기 위한 부지 공모에 나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1년 12월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과 올 2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연구·개발(R&D) 로드맵' 등 발표를 통해 연구 지하시설을 활용한 방폐물 관리 기술 확보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연구 지하시설은 처분 시설과 유사한 심도인 지하 약 500m에서 우리나라 고유 암반 특성과 한국형 처분 시스템의 성능 등을 실험·연구하는 시설이다. 정부는 오는 2026년 구축 공사에 돌입해 2032년에 준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운영 기간은 준공 전인 2030년부터 부분 운영을 시작해 약 20년간이다.
월성원자력본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사진=뉴스핌DB] |
고준위 방폐장과는 별개의 부지에 건설하는 순수 연구시설로, 운영 과정에서 사용후 핵연료와 방사성 폐기물은 반입되지 않는다. 미국‧독일‧스웨덴‧스위스‧캐나다‧벨기에‧프랑스‧일본 등 8개국도 연구 지하시설을 운영 중이거나 과거 운영한 바 있다.
연구 지하시설에서는 국내 지질 환경에 적합한 처분 기술 개발과 전문 인력 양성 등이 이뤄진다. 또 일반 국민이 고준위 방폐장과 유사한 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국민 개방을 전제한 시설 설계를 통해 방폐물 관리 시설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정부는 고준위 특별법 제정 이후 추진할 방폐장 부지 선정·건설·운영 과정에서 연구 지하시설에서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연구 지하시설 부지 선정을 위해 원자력환경공단이 부지선정평가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한 후,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제출한 유치 계획서와 현장 부지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연내 선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 고준위 특별법 연내 통과 가능성…"법안 시급성 공감대 있어"
지하 연구시설은 고준위 특별법 통과와 함께 지어질 방폐장과 궤를 같이 한다. 방폐장 건설은 ▲문헌 조사(1년) ▲유치 신청(2년) ▲기본 조사(5년) ▲심층 조사(4년) 등의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 중 심층 조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에 대한 기술 검증을 지하 연구시설에서 필수적으로 마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만약 올해 법이 통과된다고 하면 마지막 단계인 심층 조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8년간 반드시 기술 검증을 거쳐야 한다"며 "이에 지하 연구시설이 2032년 완공임에도 2030년부터 부분 운영에 돌입해 심층 조사에 필요한 기술을 우선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의 이런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는 올해 안에 고준위 특별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방폐장을 구축하기 위한 방법과 근거 등을 담은 고준위 특별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야 간 갈등 끝에 폐기된 바 있다.
방폐장 건설이 시급한 이유는 수년 내로 각 원전 습식저장조의 포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한빛 2030년 ▲한울 2031년 ▲고리 2032년 ▲신월성 2042년 ▲새울 2066년 순으로 포화 시점이 도래한다. 약 40년 뒤에는 모든 원전 내 습식저장시설이 한계에 달하는 셈이다.
정부는 아직 국회가 여야 간 갈등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법안 시급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는 만큼 연내 통과는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복수의 의원들이 고준위 특별법을 발의한 상태다. 다른 법안들에 비해 중요성과 시급성 등이 높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21대 국회에서도 근접하게 협의에 이른 만큼 22대 국회에서도 조속히 추진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