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펀드에 손실이 크게 늘면서 제2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에 투자한 소비자들의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해외 부동산 펀드 잔액은 7531억원으로 이 중 2500억원 가량의 펀드가 올해 연말에 만기가 도래한다.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 규모가 1061억원에 달하고, 하반기에는 1510억원 규모 펀드 만기가 돌아온다. 현재 금융권 전체 해외 부동산 펀드는 260개로 이 중 175개, 67%가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은행, 증권사 등이 고객의 투자금을 모아 해외 상업용 부동산 지분이나 소유권을 확보하고, 임대 수입으로 배당금을 지급하는 펀드다. 펀드 만기 도래 전에 이 자산을 매각해 최종 수익을 낸다. 투자 과정에서 사들인 부동산의 가격이 만기 도래 시점에서 떨어지면 펀드 소비자는 원금을 일부 잃게 되는 구조다. 올해 들어 해외 상업용 부동산 수요가 줄면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 손실이 발생하는 펀드가 급증했다.
국내의 경우 증권사를 중심으로 해외 부동산 펀드 상품을 판매했다. 일부 미판매 물량을 은행에 '셀다운'하고 이를 프라이빗뱅커(PB)가 은행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6~7%의 수익률을 목표로 개발된 해외 부동산 펀드는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원금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이지스자산운용이 독일 트리아논 오피스텔에 투자하던 펀드에서도 대출 유보 계약이 만기가 되면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해당 펀드는 은행권과 증권사의 창구에서 판매됐는데,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이 판매한 규모는 701억원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고금리 여파에 부동산 투자 수요가 줄면서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며 "일부 소비자들이 원금 대비 손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하거나 만기 연장을 선택하지 않고 손절매를 할 경우 투자 원금 손실을 본 투자자들로부터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스미국9-2호'의 경우 지난해 보유 자산을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에 "해외 부동산 펀드의 손실 가능성과 각 금융회사의 대응 상황을 밀착 모니터링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해외 부동산 펀드 손실 우려에 대해 "해외 부동산 펀드는 만기가 앞으로 몇 년 동안 분산돼있고 투자자들 대부분이 기관투자자"라며 "(기관 투자자의 경우) 손실 흡수 능력도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펀드의 최종 판매자인 은행들은 해외 부동산 펀드 운용 현황을 수시로 점검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대체투자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 도입을 준비하고 현재 초안을 만들어 금융 당국과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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