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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D 청년을 꿈꾸게 하자] 공동육아로 출산율 기적 쓴 日 마을

기사등록 : 2024-06-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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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고 싶은 마을, 키우고 싶은 동네
'육아는 마을의 버팀목' 온 마을이 함께
젋은 육아 세대 위해 집도 주고 일도 줘

대한민국의 성장이 멈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청년이 떠난 지방 소도시는 소멸 직전까지 내몰려 있고, 수도권·광역 도시의 청년들의 행복감도 '최저' 수준입니다. 경제 강국으로 자리를 잡아간다는데, 미래를 책임질 우리의 청년은 사회 진출에 대한 불안감으로 오히려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습니다. 뉴스핌은 청년이 꿈꿀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을 그 첫걸음으로 인식하고, 정치·산업·노동·문화·교육 등 여러 각도에서 그 해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나기초=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오카야마(岡山)현 동북부에 위치한 나기초(奈義町). 전체 주민 수가 600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다. 우리나라 행정구역 체계로 보면 면 정도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작은 마을을 일본에서는 '기적의 마을'이라고 부른다.

출산율의 기적이다. 나기초의 2019년 출산율은 무려 2.95명에 달했다. 2005년 1.41명에 불과했던 출산율이 14년 만에 두 배 넘게 올랐다. 일본 전국 평균에 비해서도 두 배 이상 높다. 2021년 2.68명, 2022년 2.21명을 기록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 아이를 키우는 육아 세대는 전체 가구의 3분의 1에 달하며, 그중 절반 이상은 자녀가 셋 이상인 다자녀 가구다.

[나기초=뉴스핌] 이성우 기자 = 나기초 고도모엔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2024.06.21  12seongu@newspim.com

◆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나기초가 기적의 출산율을 기록하게 된 비결은 마을 전체가 육아를 함께 한다는 공동체 의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을 그대로 실천한 모범적 사례다.

지난 2002년 이른바 '헤이세이(平成) 대합병' 당시 나기초도 인구 감소로 인근 도시인 쓰야마(津山)시와 합병이 추진됐다. 그러나 주민 투표에서 마을의 70%가 반대했다. 전문가들은 나기초 인구가 2030년 4700명, 2050년 3300명, 2060년 2800명대로 줄어 결국 소멸할 것으로 예측했다. 나기초의 이름을 유지하면서 독자 생존하려면 인구 감소를 막아야 했다.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을에 젊은 세대, 아이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을은 대책을 논의했고 2004년 "육아는 마을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합의를 만들었다. 그 시점부터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육아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그해 4월 영유아 및 학생 의료급부 사업을 확충했고, 출산 축하금 교부 사업도 개시했다. 2006년에는 불임 치료 지원 사업, 2007년에는 고등학교 등 취학 지원금 교부 사업도 시작했다.

오쿠 마사치카 나기초장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이 마을에 사는 모든 사람과 관련된 가장 큰 과제"라며 "젊은 세대가 정착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육아와 교육이 가능한 마을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기초=뉴스핌] 이성우 기자 = 나기초 청사. 2024.06.21 12seongu@newspim.com

◆ "나기초에선 독박 육아 없어요"

2007년 개설한 '나기 차일드 홈(Nagi Child Home)'은 육아는 마을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나기초의 공동 육아를 상징한다. 육아에 대한 심리적, 육체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을이 함께 운영하는 무료 육아 시설이다. 나기초에서 아이를 키우는 세대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부모들이 자녀를 같이 돌보거나 맡길 수 있는 곳이다. 일종의 육아 품앗이라고 보면 된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함께 돌보다 보니 '독박 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산전산후 케어 서비스도 제공하기 때문에 나기초에서는 임신과 동시에 나기 차일드 홈을 다니게 된다. 그러다 보니 또래 엄마들과의 교류가 생기고 출산 후에는 자연스럽게 공동 육아에도 참여하게 된다. 육아 어드바이저가 상주하고 있어 육아에 관한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나기초=뉴스핌] 이성우 기자 = 나기 차일드 홈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2024.06.21 12seongu@newspim.com

나기초 정보기획과의 코사카 쇼헤이 참사는 "육아 상담을 하고 싶은 경우, 지역 주민과 교류하고 싶은 경우, 아이들끼리 놀게 하고 싶은 경우 등 언제든 마음 편히 들를 수 있는 곳이 나기 차일드 홈"이라고 소개했다.

잠깐 아이를 맡기고 싶을 때 사용하는 일시 보육 서비스 '스마일(Smile)'도 있다. '병원에 가는 동안 둘째 아이를 맡기고 싶다' '쇼핑하러 가는 동안만 아이를 봐줬으면 좋겠다' 등 짧은 시간 아이를 맡기길 원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할머니, 할아버지 등 10여 명의 마을 어른들도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차일드 홈이 아닌 회원의 자택에서 돌봐주기도 한다.

일주일에 4번 부모들끼리 협력하는 자율 보육 활동 '다케노코(죽순)'도 있다. 유아기 아이들에게 '가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자율적인 돌봄 활동이다. 부모와 보육교사가 매주 화~금요일 당번제로 아이들을 돌보며 놀이와 활동을 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 간 교류의 장이 되기도 한다.

오카야마시에서 살다 결혼을 하면서 2년 전 나기초로 전입한 아카호리씨는 "이런 시설이 있어 아이를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이곳에서 오래 살고 싶다. 가능하면 둘째도 나기초에서 낳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육아 휴직 중이며 내년 4월에는 복직해야 하지만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있어 걱정은 없다"며 웃어 보였다.

[나기초=뉴스핌] 이성우 기자 = 아이를 데리고 나기 차일드 홈을 찾은 아카호리씨. 2024.06.21 12seongu@newspim.com

◆ 임신→출산→육아까지 끊임없는 경제적 지원

나기초는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다양한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경우 첫째의 보육료는 55%, 둘째는 75%를 깎아주고 셋째 이후는 전액 마을에서 지원한다. 재택 육아를 하는 경우에는 매월 1만5000엔의 지원금을 준다.

고등학생까지는 의료비도 완전 무료다. 감기 등 가벼운 병은 물론 백혈병이나 심장병 등 비용이 많이 드는 병의 치료비도 나기초가 전부 부담한다. 다른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도 나기초 주민임만 확인하면 병원이 나기초에 직접 비용을 청구한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필요한 교재비는 마을에서 전액 지원하고, 초중교 급식비도 절반을 부담한다. 마을에 고등학교가 없어 다른 지역으로 학교를 다녀야 하는 경우엔 연간 24만엔의 취학 지원금을 준다.

코사카 참사는 "마을의 일반회계 예산 규모 약 45억엔 중 육아 지원을 위한 단독 사업비가 2억엔 규모"라며 "일반회계에서 육아 지원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4~5% 정도"라고 말했다.

[나기초=뉴스핌] 이성우 기자 = 지난 4월 개원한 나기초 고도모엔. 2024.06.21 12seongu@newspim.com

지난 4월에는 보육원과 유치원을 합친 '고도모엔(어린이원)'이 새로 개원했다. 지금까지 나기초에는 0~3세 유아를 위한 보육원 1곳, 4~5세를 위한 유치원 2곳이 있었다. 이걸 하나로 통합해 만든 것이 고도모엔이다. 0세에서 5세까지의 아이들 200여명이 다니고 있다. 친환경 목재를 사용해 건물을 짓는 등 아이들의 건강까지 고려했다.

최근 종합운동공원에 완성한 대형 놀이시설에서도 아이를 키우고 싶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나기초 사람들의 진심이 엿보인다. 어린아이에서 고령자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미끄럼틀, 트램펄린, 정글짐 등 다양한 기구를 갖췄다.

[나기초=뉴스핌] 이성우 기자 = 나기초 종합운동공원에 있는 대형 놀이시설. 2024.06.21 12seongu@newspim.com

◆ 젊은 세대가 안심하고 아이 키울 수 있도록 해야

이뿐만이 아니다. 나기초는 젊은 세대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집도 마련해 주고, 일거리도 연결해 준다. 휴양지 별장처럼 예쁘게 생긴 2층짜리 단독주택 12채를 지어 40세 이하 부부 또는 중학생 이하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 월 5만엔에 임대해 준다. 5층짜리 연립주택 60채는 월 임대료 2만2000~3만엔에 빌려준다. 인근 쓰야마시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일거리 연결은 '일거리 편의점'을 통해 이루어진다. 아이를 키우면서 빈 시간에 잠깐 일하고 싶거나, 아이를 데리고 조금만 일하면서 용돈벌이를 하려는 젊은 주부가 주로 이용한다. 간단한 일을 짧은 시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편의점이라는 용어를 붙였다. 30분이든 1시간이든 본인이 원하는 시간만큼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관공서, 기업, 개인으로부터 의뢰가 많이 들어와 일자리는 충분한 편이다. 동네 사업장과 일을 원하는 주민을 연결하면서 새로운 사회적 접점을 제공하고 고립을 막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젊은 육아 세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지속 가능한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기초=뉴스핌] 이성우 기자 = 나기초에서 월 5만엔에 임대해 주는 2층 단독주택. 2024.06.21 12seongu@newspim.com

나기초는 높은 출산율의 비결로 '안심'을 꼽았다. '살 곳이 있어서 안심' '일할 곳이 생겨서 안심' '육아 부담이 덜어져서 안심' '마을 전체가 육아를 응원해 줘서 안심'이라고 한다. 청사 건물 외벽에 내건 '육아 응원 선언의 마을' '육아를 한다면 나기초에서'라는 현수막이 누구나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나기초의 의지를 대변한다.

나기초의 성공적인 육아 지원 사례는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 해결에 참고할 만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청년들을 다시 지방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첫걸음으로 삼을 수도 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goldendo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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