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직원이 직무발명을 하고 퇴사했는데 회사 측에서 직무발명에 관한 근무규정을 변경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경된 근무규정은 해당 직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삼성전자 전 연구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직무발명보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특허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1989년 10월 삼성전자에 입사해 주임 및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10년간 세탁기와 관련한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직무를 수행하다 1998년 9월 퇴사했다.
삼성전자는 1997년 8월 A씨가 개발한 기술에 대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승계받고 10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을 접목한 '다이아몬드 필터' 등 세탁기 필터를 생산해 1999년부터 국내외에 판매했다.
A씨는 2015년 11월 직무발명 실시에 따른 보상금의 지급을 신청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2013년 직무발명 보상규정에 따라 보상금 5800만원을 A씨에 지급했다.
그러나 A씨는 보상금액에 대한 이의신청을 했고, 회사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2016년 12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삼성전자는 1373만9880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특허법에 따르면 정당한 보상금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얻을 이익(회사의 매출액, 독점권 기여율 등) ▲종업원(발명자)의 공헌도 ▲발명자들 사이 기여율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재판부는 A씨가 받은 보상금은 종업원의 공헌도, 사용자의 이익을 반영해 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당한 보상'이 아니라고 봤다.
2심은 A씨의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금청구권이 이미 소송 제기 전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금청구권이 발생할 당시 시행 중이던 1995년 직무발명 보상지침 제15조 제3항은 이 사건 각 직무발명의 실시에 대한 보상금의 지급시기를 '해당 특허들이 피고의 제품에 적용돼 그 실시결과가 삼성전자의 경영에 현저하게 공헌한 것으로 인정되는 때'로 정하고 있다"며 "A씨의 이 사건 각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금청구권의 행사에는 위 규정에 따른 법률상 장애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2001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삼성전자의 200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은 그 지급시기에 관해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적어도 2001년 1월 1일에는 A씨의 이 사건 각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금청구권 행사에 관한 법률상 장애가 해소됐다"며 "A씨의 이 사건 각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2001년 1월 1일이고,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에 제기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는 삼성전자의 200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이 시행되기 전인 1998년 9월 30일 삼성전자에서 퇴사했는데 A씨와 삼성전자 사이에 200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을 적용하기로 합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러므로 A씨의 이 사건 각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금청구권 행사에는 200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이 아니라 1995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이 적용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1995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에 따르면 이 사건 각 직무발명에 관한 특허가 제품에 적용돼 삼성전자의 경영에 현저하게 공헌했고, A씨의 청구에 의해 실시되는 삼성전자의 지적재산부서 평가, 직무발명 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대표이사 재가가 있었을 때에 이 사건 각 직무발명의 실시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게 된다"며 "이는 직무발명에 관한 근무규정 등에서 직무발명 보상금의 지급시기를 정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A씨는 이런 지급시기가 도래한 때에 이 사건 각 직무발명의 실시에 대한 보상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원심은 삼성전자의 200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이 A씨에게 적용됨을 전제로 해 A씨가 200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의 시행일인 2001년 1월 1일부터 이 사건 각 직무발명의 실시에 대한 보상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봐 A씨의 보상금청구권이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이미 시효로 소멸했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원심의 판단에는 직무발명 보상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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