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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상속세 개편 가속…유산취득세·자본이득세 도입 가시화

기사등록 : 2024-06-2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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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 상속세율 60% 육박…OECD 국가 중 1위
OECD 회원국 중 20개국은 '유산취득세' 방식 준용
주식 등 자산 처분하면 과세하는 '자본이득세' 도입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최근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오르면서 상속세 부담이 중산층으로 넘어온다는 지적이 일자 정부와 여당이 상속세 개편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고액의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가족 간 자산 이전이 어려워 가족 기업의 존속이 위협받고, 도리어 세대 간 자산 승계를 방해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대통령실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6%) 수준인 30%로 낮추고 유산취득세와 자본이득세를 도입하자는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 유산세, 세법상 정합성 저해 지적…유산취득세 도입 검토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고 상속세율은 50%로 OECD 국가 중 2위다. 1위는 일본이 55%를 기록했다. 이어 프랑스(45%), 미국(40%), 영국(40%), 독일(30%) 순이 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상속세율은 26% 내외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최대 주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게 되면 평가액에 할증(20% 가산)이 붙어 최고세율이 60%에 육박한다. 최고 상속세율로만 따지면 사실상 OECD 국가 중 1위다. 한국의 세 부담 수준이 주요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이다.

상속세는 지난 1950년 제정됐다. 당시에는 부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마련됐지만 최근에는 상속세가 중산층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다. 부동산 등 자산가치는 매년 뛰어오르는데 상속세 일괄 공제액은 1997년 이후 조정되지 않은 결과다.

서울에 집 한 채를 둔 중산층도 고액의 상속세 부담을 안게 되자 가족 간 자산 이전이 더뎌지고 있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가족 재산을 처분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가업을 잇는 가족 기업의 존속도 흔들리고 있다. 상속세가 세대 간 자산 승계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제도 개선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정부는 유산취득세를 현행 상속세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망한 사람이 물려준 유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를 준용한다. 사망인의 생전 누적 재산에 대한 세제 정산의 성격으로 부의 재분배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높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OECD 회원국 38개국 중 상속 관련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는 24개국인데, 이중 '유산세'를 준용하는 국가는 미국, 영국, 덴마크, 한국 등 4개국에 불과하다. 나머지 20개국은 '유산취득세' 방식을 택했다.

'유산취득세'는 전체 유산이 아닌 내가 물려받은 유산만큼 세금을 내는 제도로 '유산세'보다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현행 증여세도 '유산취득세' 방식이 적용된다. 상속세만 '유산세'가 적용돼 세법상 정합성도 저해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 가업승계 때 과세하지 않고 처분 때 과세하는 '자본이득세'

상속세 과표구간과 공제액 확대도 논의 대상이다. 현행 상속세율은 2000년 최고세율이 45%에서 50%(최대주주 60%)로 상향되고, 과표구간이 '50억원 초과'에서 '30억원 초과'로 낮아진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변동이 없다.

현재 상속세율은 ▲1억원 이하 10% ▲1억~5억원 이하 20% ▲5억~10억원 이하 30% ▲10억~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 등으로 5단계 과표구간을 지니고 있다.

상속세율 [자료=국회예산정책처] 2024.06.24 plum@newspim.com

지난 24년간 과표구간은 그대로지만 물가상승 등으로 인해 상속세 납부 대상은 크게 늘었다. 2018년 기준 전체 피상속인 중 약 2.24%만 상속세를 부담했는데 2022년에는 그 비율이 4.52%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위 10%가 총결정세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2.3%에서 92.0%로 늘었다. 상속세가 대자산가를 중심으로 상당히 누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상속공제를 반영할 경우 실효세율(납세자가 실제로 납부하는 세 부담)이 10%대 수준이어서 공론화가 필요해 보인다. 상속세 인하의 혜택이 대부분 대재산가에게 돌아간다는 점은 '부자감세'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속에 대한 공정한 과세체계를 구축하는 방안 중 하나로 자본이득세도 제안되고 있다. 자본이득세는 가업 상속으로 물려받은 자산에는 바로 과세하지 않고 매각 또는 이익을 실현하는 단계에서 과세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상속세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그다음으로 유산취득세·자본이득세 형태로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7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6.02 mironj19@newspim.com

그러면서 "현 상속세 체계는 높은 세율로 가업 승계에 상당한 문제를 주는데 여러 국가가 기업 상속 시점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차후 기업을 더 안 하고 팔아서 현금화하는 시점에 세금을 매기는 자본 이득세 형태로 전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자본 이득세로 전환하는 전반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상속세 개편 로드맵이 발표되자 여당에서는 상속세 개편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세제당국은 최고 상속세율을 30%까지 인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김병환 기재부 제1차관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에서 "우리나라 상속세는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상속세율 30% 인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7일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주장한 상속세 개편 방향에 대해 "검토 가능한 대안 중 하나"라며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당장 담는다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plu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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