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매년 태양광발전 설비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반해 전력망 구축 속도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력을 곳곳으로 전송할 인프라가 부족해 태양광 발전량을 제어해야 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송배전 선로를 건설하기 위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선로 공사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하루빨리 법안을 통과시켜 전력망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 태양광발전 급증했는데 송전망 확대 '발목'…5년새 출력제어 7배 급증
태양광은 태양의 빛 에너지를 전력으로 변환해 사용하는 기술로, 풍력과 더불어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로 손꼽힌다. 무한한 자원인 데다가 친환경적이고, 분산 발전이 가능한 점 등 여러 장점이 있어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도 태양광 발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 태양광은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목표로 태양광 설치에 대한 보조금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태양광은 초기 설치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는데, 정부의 지원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게 되면서 설치 수요가 크게 늘었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7기가와트(GW)에 그쳤던 태양광 발전설비는 매해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23.9GW까지 늘어났다(아래 그래프 참고). 10년 만에 약 14배 급증한 셈이다. 원전 1기의 발전량이 1.0~1.5GW인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태양광 발전설비는 원전 약 20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태양광은 원자력·유류·액화천연가스(LNG) 등 전체 발전설비 가운데 점차 비중을 늘려갔다. 2014년에는 전체 발전설비 중 1.8%를 차지했으나 2020년에는 11.2%로 두 자릿수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6.6%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발전설비 가운데 태양광 비중은 LNG(29.8%)와 유연탄(26.8%), 원전(17.0%) 다음으로 4위에 달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송배전 선로가 이처럼 늘어난 설비 용량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발전설비 증가에 비례해 송배전 선로도 함께 확장돼야 하지만, 속도에서 한참 뒤쳐지면서 공급능력은 충분한 데 반해 전력이 뻗어나갈 인프라는 부족한 상황에 처했다.
전력망이 발전량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다고 판단할 경우 정부는 출력제어 명령을 내린다. 전력이 과잉 공급되면 블랙아웃(대정전)을 초래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발전을 정지시키는 것이다. 출력제어는 발전 사업자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반발이 큰 사안이다. 수급 불안정을 키워 계통 안정성을 떨어뜨린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사실이다.
매년 태양광이 증가함에 따라 출력제어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인 제주의 태양광 출력제어 횟수는 2018년 15회에서 2022년 105회로 5년새 7배 급증했다. 태양광이 밀집된 호남·영남도 정부가 예의주시하는 지역이다. 지난해 전국 태양광 발전설비 중 호남 비중은 41.8%, 영남 비중은 22.6%에 달했다.
◆ 지역주민 수용성 확보 중요…보상 특례 명시한 '전력망 특별법' 시급
송전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주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합리적인 보상을 명시한 특별법이 시급하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입장이다.
전력망 특별법에는 ▲전방위적인 지원체계 구축 ▲사업 인허가 절차 대폭 개선 ▲차별화된 보상·지원 제도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논의된 바 있지만, 회기 종료 전까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서 자동 폐기됐다.
정부는 전력망 건설 속도가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확고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특히 호남 등 태양광이 집중 보급된 지역에 발전설비가 추가 진입할 경우에는 출력제어 상시화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정부에 따르면 호남 지역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오는 2032년까지 32.5GW 늘어날 예정으로, 이전까지 전력망이 확충되지 않는다면 이 중 3% 이상을 출력제어해야 한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역별 맞춤형 계통포화 해소대책'을 발표하고 출력제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방안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발전용량만 선점하는 속칭 '알박기' 사업자 관리와 피크시간대 출력제어, 에너지 저장장치(ESS) 설치 조건으로 발전 허가 등 계통 질서를 재정비하기 위한 내용들이 담겼다.
다만 이는 말 그대로 출력제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일 뿐,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태양광의 공급능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전력망 확충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다. 정부는 송변전 설비 구축에 최소 6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그전까지 계통 재정비를 통해 기존 전력망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근본적으로는 호남-수도권 융통선로 등 핵심선로의 조기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SRE가 추진한 미국 일리노이주 소재 '커뮤니티 솔라' 발전소. [사진=한화큐셀] |
전력망 구축이 난항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 주민들의 낮은 수용성 때문이다. 통상 전력망 사업은 지역사회의 수용성을 얻어내는 데에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주민들은 선로가 지나가는 토지의 가치 하락과 소음, 경관 훼손 등 재산권 침해가 크다고 반발한다.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막심하다. 앞서 10년여 전 지역 주민들과 한국전력공사 간 크게 맞부딪혔던 '밀양 송전탑 사건'이 대표적이다.
전력망 특별법에는 주민들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현행 법과 차별화된 보상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해진 기간 내 토지 사용 협의가 성립되면 토지주에게 가산금을 추가하고, 토지 보상비를 일시 또는 분할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현행 법이 보상하는 지원 외에도 주민들에게 추가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특례 제도도 명시했다.
현재 전력망 특별법은 국민의힘 에너지특별위원회 간사인 이인선 의원의 대표 발의로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여당은 전력망 특별법을 '제1호 법안'으로 명명하며 처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망 특별법이 없더라도 송전망 구축은 추진할 수 있지만, 워낙 지역 주민 수용성이 낮고 이로 인한 갈등이 빈번한 만큼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담아 법이 마련된 것"이라며 "송전망 구축에 최소 6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 지역에서 태양광이 늘어나는 속도를 얼추 따라잡아야 출력제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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