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삼성전자의 내부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협력업체 직원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가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누설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대전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삼성전자 2차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15년 1월 26일부터 2016년 8월 1일까지 삼성전자 갤럭시 휴대전화용 방수 점착제 생산 업무를 담당하면서 본인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몰래 제조 방법을 촬영해 보관했다. 이후 B회사로 이직하면서 해당 제조 방법을 이용해 시제품을 제조했고, 결국 A씨는 영업비밀을 취득해 제3자에게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자료가 비밀로 관리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피고인의 동료직원들은 모두 이 사건 자료가 비밀임을 인식하고 있었고 휴대폰으로 촬영하지도 않았다. 또 앞서 배포된 보안 관련 공지사항 및 보안협약서, 업계 관행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의 영업비밀누설 등 혐의는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초범인 점,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경위에 다소 참작할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제조 방법이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제조 방법 등을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로 인식하고 취득했다거나,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피해 회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 회사가 '제품 생산에 필요한 전반적 내용, 사용자 매뉴얼, 제품 개발 기술 등은 기밀정보에 해당하고 이러한 정보를 누설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포함된 비밀유지협약서에 피고인을 포함한 전 직원의 서명을 받은 점 등을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제조 방법 등을 외부에 반출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지했다고 보이기는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러나 이 사건 비밀유지협약서는 각 임직원들에게 개별로 받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협약서에 부서 전체 직원이 연명으로 서명한 것이라 피고인이 비밀유지협약서의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고 서명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촬영한 자료에는 대외비 도장이 찍혀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제조 방법이 영업비밀이라고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촬영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항소심과 다른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직업과 경력, 행위의 동기와 경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피해 회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이 사건 각 제조 방법을 사용하고 제3자에게 누설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 각 제조 방법은 피해 회사의 휴대전화용 방수 점착제 제조에 사용되는 기술정보로 피해 회사가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개발한 것이고, 제조 방법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적 없다"며 "피해 회사는 사내 게시판에 '회사 지시사항, 기술보안'이라는 제목으로 제품생산에 필요한 전반적 내용이 기밀정보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업무 필요에 의해 각 제조 방법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해 보관했더라도 피해 회사에서 퇴직한 이후에는 피해 회사의 허락 없이 각 제조 방법을 사용하거나 누설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정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영업비밀 사용 및 영업비밀 누설로 인한 구 부정경쟁방지법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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