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가 가장 타협하면 안 되는 부분은 '안전'이다. 하지만 국내 일부 항공사는 지연·결항 사례가 빈번해 이용객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대부분 항공기 결함으로 인한 문제다. 업계에서는 '안전과 타협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온다. 항공기 결함이 잦은 배경과 향후 개선책을 짚어본다.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이제 와서 사모펀드의 항공사 경영을 막을 순 없다. 다만, 수익 확보에 매몰된 경영 방침을 재고할 수 있도록 조치는 필요하다는 게 항공업계 지적이다.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경영철학은 항공업계 전체의 성공과 신뢰도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진입한 이상 감독 강화해야…국토부 역할 중요
학계에선 국가 기간산업에 사모펀드가 진입할 때부터 우려했던 문제들이 터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미 사모펀드가 항공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니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정부 부처의 강화된 관리·감독이다.
박상우 국교부 장관이 26일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대한항공 인천 정비고 등을 둘러보며 여름철 성수기 대비 안전관리계획을 점검했다. [사진=국토부] |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의 경영학과 교수는 "이미 사모펀드가 항공 산업에 많이 포진해 있고, 단기 차익을 노리고 기업에 투자하는 부분에 대해 막을 수 있는 명분은 없다"라면서 "결국 안전과 정비에 대한 기준을 잘 준수하는지 관리·감독하는 것이 기체 결함으로 인한 지연·결항 예방의 출발"이라고 지적했다.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자 관계 부처인 국토교통부(국토부)도 나서기 시작했다.
국토부는 지난 21일 오전 서울에서 장거리 노선 운항 확대를 준비 중인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특별 점검을 실시했다. 특히, 최근 반복되는 항공기 고장·지연 등으로 국민의 우려가 큰 티웨이항공은 안전 운항 제고를 위한 특단의 안전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국토부에 보고하도록 했으며 7월 중으로 안전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또한, 국토교통부는 최근 항공기 고장과 지연이 잦고, 항공운송 서비스 평가 결과 '이용자 보호 충실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지연·결항 사례에 대해 전수 조사할 계획을 밝혔다.
최근 티웨이항공의 오사카행 항공편을 포함해 3월 31일(하계 시즌) 이후 발생한 두 항공사의 지연·결항 사례에서 항공사업법 및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에 따른 소비자 보호조치 의무 위반이 확인되면 과징금 등을 부과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최근 국적사의 국제선 운항이 빠르게 회복하는 과정에서 항공기 지연 및 서비스 불만족 등 소비자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며 "각 항공사의 안전 운항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여주기식 행정 처리 더는 안 돼"
업계에서도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그런 점에서 국토부의 대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지만, 보여주기식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대한항공 인천공항 격납고를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국토부] |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절차가 진행 중이고, 일부 LCC가 그 중심에 있어 "국토부의 실질적인 처벌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력한 처벌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말로만 점검한다고 하지 실제로 조치한 게 얼마나 되느냐"라며 "지난해부터 일부 LCC들의 지연·결항은 빈번했지만 국토부의 실질적인 대처가 없으니 문제 항공사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최근 문제들이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유럽연합(EU)이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한 이후에 부랴부랴 대응했다"라며 "장관이 항공사 CEO들 모아놓고 당부하는 보여주기식 행동보다 잘못한 부분에 대해 확실한 처벌을 하는 것이 운항의 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한 항공업계 고위 관계자는 "항공사를 운영하며 항공기 문제로 인한 지연·결항은 발생할 수 있지만 빈도가 너무 잦으면 소비자 입장에선 우려할 수밖에 없다"라며 "만약 잦은 기체결함이 소극적인 안전 투자에서 비롯된 거라면 관련 부처가 나서 안전 비용을 의무적으로 강화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가 동반돼야 소비자들이 업계 전체에 느끼는 불신이 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