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4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을 매듭짓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 모두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전공의는 두문불출이다.
전공의 대표는 지난 2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의료계가 정부와의 대화를 위해 구성한 자체 특위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전공의들은 정부도, 교수도 미덥지 않다며 복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들을 설득해야 할 중재자가 없는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사직 배수진'은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다.
◆ 정부, 출구 전략 안먹히자 대응 고심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출근율은 7.7%에 불과하다. 전체 전공의 1만3756명 중 1065명만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위해 각종 행정명령을 철회한 지난 4일 이후로 현장 근무 전공의는 52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6.24 choipix16@newspim.com |
앞서 정부는 복귀 전공의에 대해선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겠다며 수련병원에 내린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도 철회했다. 일종의 '출구 전략'이 실패로 돌아가자 정부는 대응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회 청문회에서 "복귀자에 대해서는 처분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고, 미복귀자에 대해서는 현장의 의견이나 복귀 수준을 6월 말까지 봐서 7월 초에는 대응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좀 더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6월 말까지 변화되는 상황을 보고, 추가로 필요한 대책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기존 방침과는 다른 방침을 내놓을 수도 있고, 기존 방침을 보완할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 휴진 동력 잃은 의료계…대화에 무게
의료계는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와의 대화를 타진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산하에 대정부 소통기구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만들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 5월 초 취임 직후부터 의학회, 의대 교수를 비롯해 당사자인 전공의와 의대생을 포함해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대한의사협회 산하 범의료계 특별위원회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 첫 회의가 열린 지난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최창민 위원(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06.22 mironj19@newspim.com |
올특위는 그로부터 두 달 가까이 지난 20일 가까스로 출범했다. 총 14인으로 구성된 올특위에는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 최창민 전국의과대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비상대책위원장, 방재승 서울의대교수비대위원회 투쟁위원장 등도 교수 대표로 참여했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분에 대해선 여전히 엇갈린 입장을 보였지만, 올특위 첫 회의 이후 올특위와 정부 모두 조건 없는 대화가 가능하다며 대화 가능성에선 일부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
◆ "정부도 교수도 싫어"…당사자 전공의 '묵묵부답'
문제는 전공의다. 행정명령을 중단하며 한발 물러선 정부도, 전공의 없는 병원을 지키며 체력 고갈을 호소하고 있는 의대 교수들도 모두 전공의의 복귀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청문회도, 특위도 전부 참여하지 않았다.
정부와 전공의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줄 만한 집단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맹점이다. 정부는 전공의의 스승인 의대 교수들이 중재자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했지만, 정작 전공의들 사이에선 이번 사태 이후 교수에 대한 배신감만 커졌다는 말이 나온다.
사직서를 제출한 한 전공의는 "사직을 결심한 이유는 정부의 정책 때문이었지만, 함께 나서서 싸워줄 줄 알았던 교수들이 결국은 자신들의 밥그릇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겪으며 정부도 교수도 그간 전공의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느꼈다"라며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늦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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