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 4명 중 1명은 중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건 위험한 신호라고 말한다. 연령이 어릴수록 자기조절 능력이 떨어져 도박에 쉽게 중독돼서다.
4일 한국도박중독예방치유원(예방치유원)에 따르면 최근 2년 연속 예방치유원에서 제공하는 도박 치유서비스를 이용한 청소년 중 26%는 중학생이 차지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중학생은 16.4%(98명)에 불과했다. 고등학생(83.6%, 499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급격히 중학생 수가 늘어난 것은 2022년부터다. 2022년 26.8%(186명)로 전년 대비 10%포인트가량 늘어난 중학생 비율은 작년에도 26%(292명)를 유지했다.
지난 3월에는 중학생이 도박으로 한 달 사이에 1600만원을 잃은 후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절도를 저지르고 대리입금을 이용했다가 매일 고금리의 빚 독촉을 받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이 늘어나면서 동시에 도박을 시작하는 나이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뇌 발달이 덜 된 어린 나이일수록 도박 중독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년간 도박 중독 치료를 해온 최삼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청소년 시기는 충동 조절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전두엽이 완전히 발달이 안된 시기"라며 "충동 조절이 취약한 나이에 중독 문제가 생기면 방어막이 없는 상태에서 자극적인 행동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청소년 시기엔 다양한 발달 과제가 있는데 도박 중독이 법적인 문제로 이어지면 향후 진로가 다 망가질 수 있고, 발달상에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청소년 도박 사범 검거 인원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 지역 청소년 도박 사범 검거 인원은 1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6건)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박은경 예방치유원 치유재활지원팀장은 "불법 온라인 도박을 운영하는 총책을 맡는 중학생도 많아지고 있다"며 "아이들은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성인과 달리 청소년은 학교나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만큼, 중독을 초기에 발견하고 본인 동의를 받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환경을 바꿔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삼욱 전문의는 "학교나 학무모가 쉬쉬하고 한 번 문제를 덮어주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이유 중에 하나는 대부분 아이가 거짓말을 하기 때문인데, 결국 학교나 학부모가 얼마나 이 문제를 빨리 인지하고 치료적인 개입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선생님과 부모님이 만나 종합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아이의 상황을 면밀하게 관찰한 뒤 본인 동의를 얻고, 통장 관리부터 친구 관계까지 환경 통제를 해야 한다. 환경이 안 좋으면 도박을 안 하고 싶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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