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군은 친구의 소개로 도박을 접하게 됐다. 도박을 통해 큰돈을 벌어 명품을 구입하고 유흥을 즐기는 친구의 모습에 A군도 도박을 시작하게 됐다.
도박을 통해 몇 번은 돈을 벌었고 친구들끼리 서로 도박의 결과를 공유하며 자랑하거나 놀리며 장난처럼 시작했다.
도박을 지속하면서 돈을 잃기 시작했고, A군은 부모님의 돈에 몰래 손을 대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제재로 돈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같이 도박하는 친구들에게까지 손을 벌렸다.
친구에게 빌린 돈은 알고 보니 성인 사채시장과 연계된 돈이었다. 도박 빚을 감당하지 못할 상황에 이르렀을 때 A군은 결국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최초 2번은 부모님이 도박 빚을 갚아줬지만, A군이 멈추지 않고 계속 도박을 이어가자 대신 변제해주시는 것도 멈췄다. 지속된 상담에도 A군은 도박을 끊어내기 어려워했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의 수가 급증하면서 교내에서 이들을 지도해야 하는 선생님들도 애를 먹고 있다. 학교 폭력처럼 제도화된 대응 방안이 없다는 점이 도박 청소년 지도의 한계로 꼽힌다.
A군의 담임선생님인 B씨는 "도박 청소년 문제는 약 10년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지만 발견하기도 어려웠고 발견 횟수도 적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러나 3년 전부터는 도박 청소년의 수가 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늘어났으며 단순히 개인의 중독 문제가 아니라 형사 문제로까지 얽히는 등 횟수뿐만 아니라 심각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B군의 사례처럼 청소년들은 또래 친구들 사이의 놀이 문화 정도로 인식하면서 도박을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은 스마트폰 사용이 잦기 때문에 수업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도박하는 사실이 발각된다. 경찰이나 상담 기관 등 외부에서 발견해 학교로 공유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제도적으로 가해 학생에 대한 처분이 자리를 잡은 학교폭력과 달리 도박 청소년에 대한 처분은 각 학교의 교칙에 따라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A군처럼 중독의 정도가 심각해진 경우에는 담임 선생님이라고 해도 지도에 한계가 있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교칙에 따라 처분해도 학업에 대한 의지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다.
B씨는 "도박 청소년 지도는 어려운 부분"이라며 "도박 청소년의 경우 학교를 졸업하는 것보다는 당장 돈을 버는 것에 중점을 두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의 처분이 재발 예방에 효과가 크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청소년이 도박에 유입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시스템적인 부분을 제한할 수 없는 것이 어렵다"며 "또 해당 청소년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보호자와도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므로 부가되는 어려움도 있다"고 털어놨다.
학교폭력처럼 제도화돼 있고, 통일된 지도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B씨는 "학교 규칙은 법만큼 섬세하게 짜여 있지 않아 한계가 있다"며 "학교 폭력 문제처럼 통일된 유효한 지도 방안이 있다면 도박문제를 예방하고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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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발견되기 쉬운 교내 청소년과 달리 사각지대에 있는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방안도 필요하다. 서울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서울시 전체 학령인구(82만5503명·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중 중·고등학교 나이에 해당하는 학교 밖 청소년은 5114명으로 0.6%에 불과하다.
하지만 2022년 4월 업무협약을 맺은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서울경찰청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으로 연계한 청소년 76명 중 21%(16명)는 학교 밖 청소년이다. 학교 밖 청소년이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보다 도박 중독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B씨는 "도박의 경우 한번 접하면 중독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인데 이를 위해서는 도박 청소년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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