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직업병에 걸린 근로자의 성별을 고려하지 않고 특례 평균임금을 산정한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와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평균임금 정정 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B씨는 귀금속 세공원으로 근무하며 분진작업에 종사하다 퇴직 후인 2005년과 2006년 각각 진폐 판정을 받고 장해등급(11급)을 부여받았다.
공단은 A씨와 B씨에게 지급할 최초 보험급여의 기초가 되는 특례 평균임금을 산정하면서 이들이 근무했던 사업장의 폐업일(1997년)을 기준으로 이전 1년간 작성된 매월 노동통계조사보고서에 기재된 통계값을 적용했다.
매월 노동통계조사보고서상 이들의 업종은 제조업, 규모는 1규모(상용근로자 10~29인), 직종은 생산근로자로 분류됐고 성별은 별도로 구분하지 않았다.
이에 A씨 등은 '업종은 제조업, 규모는 10인 이상, 직종은 생산근로자, 성별은 남자'에 해당하는 근로자의 월급여총액을 기초로 평균임금을 산정해달라고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이 2018년 5월 "생산근로자에 대한 성별 구분이 없다"며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소송에서는 공단이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이 정한 업종, 규모, 성별, 직종 등 4가지 요소 중 3가지만 반영된 통계값을 활용한 것이 위법한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매월 노동통계조사보고서상 원고들이 소속했던 사업과 업종·규모가 유사하고 원고들과 성별·직종이 같은 근로자의 임금액을 계산할 수 있었음에도 성별을 구분할 수 없음을 전제로 내린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다"며 공단의 평균임금 정정 불승인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도 "원고들이 제조업 1규모 사업장의 남자 생산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10인 이상 사업장의 남자 생산근로자' 통계값 중 '30인 이상 사업장의 남자 생산근로자' 통계값을 제외하는 방식을 사용하면 4가지 요소가 모두 반영된 월 임금총액을 산출할 수 있는데도 피고는 그중 성별을 제외한 나머지 3가지 요소만 반영된 통계값을 적용해 특례 평균임금을 산정했다"며 1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특례 평균임금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사용한 방법은 1규모 사업장의 근로자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일 뿐이고 2~5규모 사업장 근로자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며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통계 사용방법을 달리 하는 것은 공평한 보상을 저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통계에서 제시된 통계값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구분 기준, 조사 항목 등이 다른 여러 통계값을 활용해 새로운 수치를 산출할 경우에는 오류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조항이 특례 평균임금에 월별 노동통계조사보고서에서 조사된 임금 통계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상 해당 근로자와 조건이 비슷한 근로자를 찾는 데에는 보고서의 통계조사 항목에 따른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4가지 요소 중 일부가 고려되지 못하는 경우는 조항이 예정하고 있는 결과이므로 무리하게 4가지 요소가 모두 반영된 값을 도출해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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