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온종훈 정책전문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총선기간 중인 지난 1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국민의힘과 용산 대통령실 등 여권 전체를 뒤흔드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4월 총선 후 기울어진 여소야대의 국면에서 막강한 수적 우위의 야권을 상대하면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새 대표를 뽑는 7·23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은 이 문자메시지로 적전분열 양상을 넘어 자중지란의 형태로 내부 갈등이 폭발하는 양상이다.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8일 오후 광주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스핌tv 유튜브 갈무리] 2024.07.08 oneway@newspim.com |
이같은 내홍의 진원지가 된 이른바 '김건희 문자'는 지난 1월 메시지가 작성되는 출발부터 최근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는 과정 모두가 현 여권의 문제점들로 점철되어 있다.
우선 공당인 국민의힘과 정부의 컨트롤 타워인 대통령실 등이 중요한 정무적 결정사항인 김여사의 '대국민 사과'를 당이나 대통령실 등 공식적 채널이 아니라 대통령 부인과 당 대표간의 텔레그램 등 사적 문자메시지로 조율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영부인으로 호칭하지만 김 여사의 법률상 위치는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의 배우자일 뿐이다. 그가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결정을 하더라도 우선 대통령에게 자신의 입장을 전하고(사적으로) 이를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대통령실이 국민의힘 지도부에 전달하는 것이 올바른 경로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권력의 선출 과정 못지 않게 이같은 민주적, 공개적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이 사적인 권력이 아니라 국민에 의해 선출된 공적인 권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결국 김 여사가 총선을 앞두고 선거를 책임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메시지를 보내 의견을 구한 것은 선거의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접근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사적인' 메시지 전문이 공개되고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이를 둘러싸고 벌이는 논쟁은 여권의 지지층은 물론 유권자인 국민도 안중에 없음을 보여주는 행태이다.
출발은 지난 4일 한 라디오방송이 김 여사가 1월 19일 당시 한 비대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내용을 편집해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 논란의 핵심은 김 여사가 디올백 수수 등과 관련해 한동훈 대표 후보에게 대국민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문자 메시지로 전달했는데 한 후보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는 이른바 '읽씹' 시비다. 친윤(친 윤석열)계에서는 한 후보의 대응이 김 여사 사과를 막아 총선 패배의 원인이 됐다는 입장인 반면 한 후보 측은 "김 여사가 애초 사과 의사가 없었다"면서 이를 공격하는 친윤계의 움직임을 '당무 개입'이라고 맞섰다.
이런 가운데 당대표 합동연설회가 열린 지난 8일 오후 종합편성채널 방송을 통해 문자 5통의 전문이 공개·보도됐다. 1월 15일 2통, 19·23·25일 각 1통 등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전문이었다.
두 사람간의 사적 메시지의 전문이 어느 쪽에서 나왔는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러나 어느 쪽에서 나왔더라도 문제의 심각성은 줄지 않는다.
김 여사의 묵시적 동의 아래 친윤계에서 나왔다면 이는 대통령실이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대통령실은 휴일인 7일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 과정에서 일절 개입과 간여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 주십사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8일에도 김여사 문자 관련 논란에 대해 "어제(7일) 꼭 필요한 말씀을 드렸으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며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다시 한번 입장을 확인한 바 있다.
반대로 한 후보측에서 나왔더라도 이는 대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정치공학적인 고도의 공작정치'라는 프레임에 바로 걸려들게 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김건희 문자' 논란은 당내 분열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전당대회 대표 선거에서 당장 친윤계 인사들은 김 여사의 문자메시지를 근거로 한동훈 후보의 '총선 패배' 책임론을 부각시키고 있다. 여기다 한 후보측은 1월 당시의 '당무개입'을 넘어 이제는 전당대회(대표선출) 개입까지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한 후보가 김 여사의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반응하지 않았다는 이른바 '읽씹' 으로 지난 총선에서 패배했다는 주장은 '김여사 문자'를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논쟁이 얼마나 분열적이고 퇴행적으로 진행되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의원을 지냈던 한 원로정치인은 7월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여권에 대해 "아직 멀었다. 꿈 깨시라"고 따끔한 한마디를 했다.
ojh11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