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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철강]② 기업당 최소 1.8조원 필요…정부 지원은 269억원

기사등록 : 2024-07-1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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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단위 지원금 마련한 글로벌 정부 대비 턱없이 부족한 韓 예산
신규 기술과 설비 마련 시급한 철강업계 목소리 반영해야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한 한국의 수출 경제를 뒷받침한 것은 철강산업입니다. 그런 철강산업이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데요. 철강산업은 재생에너지 사용, 탄소배출권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만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개별 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함께 필요합니다. '그린 철강'을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짚어봤습니다.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산업의 '친환경' 전환을 위해서 선진국들은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기업 하나가 추산한 그린 철강 전환 비용에도 한참 못 미치는 규모의 지원금, 불확실한 정책 방향 등으로 뒤처지는 모습이다. 

1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철강사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국가들은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위해 '조' 단위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10조~1000조원…정부 보조금으로 성장하는 글로벌 '수소환원제철'

EU(유럽연합) 차원에서는 친환경 기술 향상을 위한 그린딜에 예산 853조원을 배정하기로 했다. 또한 EU 회원국 저탄소 기술 지원을 위한 'EU 혁신기금'을 운영하면서 유럽 내 배출권거래제(ETS)를 통해 모인 자금을 철강, 시멘트, 에너지 등 여러 다배출 산업의 전환에 투자하고 있다. 철강 부문은 스웨덴,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혜택을 보고 있다.

독일의 경우 한국보다 철강 생산량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은 2026년부터 석탄 기반 고로 6기를 저탄소 철강 생산 설비로 대체하기 위해 최대 10조2000억원 이상의 정부 지원금을 투자할 예정이다. 기업별로 배정된 지원금도 있는데 대부분이 수소환원제철 및 전기로 관련 설비 지원금 목적이다.

미국은 올해 3월 산업부문 배출량 감축을 위해 총 60억달러(약 8조400억원)의 연방 기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연방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 33개 중 6개가 철강 산업 탄소 감축 프로젝트가 됐다.

한국과 유사한 사례로 언급되는 일본의 경우 2조엔(약 18조원) 규모의 그린이노베이션 기금을 마련하고 철강, 수소, 배터리 등 탄소중립을 위한 14개 주요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실증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철강 산업에 대한 투자도 매우 구체적이다. 일본은 제철공정 내 수소활용기술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총 4499억엔(약 4조491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민간과 정부가 함께 10년간 투자하는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추진 전략'에서는 150조엔(약 1350조원) 규모의 투자금 중 2564억엔(약 2조3706억원)을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금은 일본제철, JFE스틸, 고베 제강소 등 개별 기업의 기술 개발을 뒷받침한다.

이처럼 글로벌 국가는 수소환원제철에 집중된 기술, 설비 투자와 더불어 개별기업과의 공동 투자 등으로 상용화의 속도를 앞당기고 있다.

◆기존 설비 개선에 집중된 지원금…턱없이 부족한 예산 

하지만 한국의 경우 지원금 규모가 미미할 뿐 아니라 지원금 범위가 '저탄소 철강 기술'에 통합돼 있어 '수소환원제철'에 대한 지원 수준이 타 국가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저탄소 철강 기술 개발 예산액으로 약 2685억원을 편성했는데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30년까지의 설비 개선에 2416억원, 2025년까지의 설비 전환에 269억원을 투자한다고 되어 있다.

한국 정부의 철강 전환은 기존 설비를 개선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2030년까지 하이렉스 기술 개발 및 100만톤급 실증설비 구축에 약 1조8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철강업계 전체에 배정된 정부 지원금은 269억으로 기업 하나도 제대로 지원할 수 없는 금액이다. 철강업계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기업이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고 해도 지원이 없으면 더이상 성장이 힘들다"며 "글로벌 철강사들의 상황을 보면 정부가 직접 투자하며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있는데 국내는 탄소중립 로드맵은 있으나 걸맞은 투자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철강업체는 하나의 사업이지만 제강, 특수강 등 사업별로 특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정책을 모든 업체에 동일하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일례로 동국제강은 철강 주요 3사로 묶이지만 전기로 사업이 핵심이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이상이 전력 사용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고로제철소를 주력으로 운영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과는 차이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은 아직 상업화 단계가 아닌 이론 정립 단계이기 때문에 예산을 집행할 때 관련 기업과의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며 "기존 설비 개선은 임시방편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신규 설비 마련을 위한 지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bean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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